▲ OECD 건강통계 2019와 OECD 고용 데이터베이스 20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지출 평균 비율은 2019년 기준 8.8%다. 의료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17.0%), 가장 낮은 나라는 터키(4.4%)다. 한국은 8.0%로 그리스(7.8%), 체코(7.8%), 이탈리아(8.7%), 슬로베니아(8.3%)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웨덴(10.9%), 노르웨이(10.5%), 핀란드(9.1%), 덴마크(10.0%), 네덜란드(10.0%), 독일(11.7%), 프랑스(11.2%) 등 유럽 사회복지 선진국들은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11.1%, ‘의료 사회주의’라 평가받는 국민건강서비스(NHS)를 운영하는 영국은 10.3%다.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한국의 2배를 넘지만 각종 의료 지표에서 한국보다 열등한 평가를 받는 미국의 문제점은 의료 제도가 국민건강보험을 통한 공적 통제를 받지 않고 사유화(privatisation)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이 엉망이면 병원에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국민건강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는 교훈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보면 여지없이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월25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2천351만명, 사망자 수는 81만명에 달한다. 미국(565만명), 브라질(360만명), 인도(317만명) 이들 세 나라에서 세계 감염자의 절반이 나왔다. 브라질은 남미에서 미국의 앞잡이 국가가 된 지 오래고, 인도는 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앞잡이 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 미국과 친미 국가들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미국 인구가 한국 인구의 6.5배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인구 대비 감염자 비율을 적용할 경우 한국의 감염자 수는 94만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한국의 실제 감염자 수는 26일 현재 1만8천265명으로 미국의 50분의 1 수준이다).

2017년 기준 900개가 넘는 보험회사가 미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천문학적 액수의 임원 보수와 인건비 등 이들 민간 보험회사들의 운영에 드는 비용은 전체 보험료의 12%에 이른다. 피보험자가 100원을 내면 12원이 보험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공적 보험과 비교해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의료 시스템의 성패에는 의료 종사자들의 의지와 태도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의료를 돈벌이 수단과 입신양명의 기회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생명을 살리고 민중을 지키는 봉사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쿠바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부자의 자식들로 채워질 경우, 의료 시스템은 민중을 위해 작동하기보다는 이윤 위주로 작동하게 되어 있다. 의사들이 민중의 자식들로 채워질 경우, 의료 시스템은 민중을 위해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의대 교육은 부자의 자식들에게 고소득 전문직 자격증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공 의과대학을 대폭 신설하고, 노동자와 농민 등 더 많은 민중의 자식들이 의사가 될 수 있도록 공공의대 입학에서 역차별적 제도(affirmative action)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5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지방의료원 의사(봉직의)가 있다고 한다. 노동자 평균 연봉 3944만원(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 2020년 6월)의 12배가 넘는 액수다. 보건복지부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의사(봉직의) 연봉이 1억5656만원에 달했다. 2020년 노동자 연봉과 2016년 의사 연봉을 비교하면, 의사가 3.97배 더 많다. 2016년 이후 지난 4년 동안의 소득 변화를 감안할 때 노동자와 의사의 연봉 격차는 4배를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OECD 31개 회원국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봉직전문의(salaried specialist)의 보수가 노동자 평균임금의 4배를 넘는 나라는 칠레(5.1배)와 룩셈부르크(4.1배)밖에 없다. 사회복지 선진국들을 살펴보면 덴마크 2.6배, 핀란드 2.6배, 스웨덴 2.3배, 노르웨이 1.8배, 프랑스 2.2배, 독일 3.5배, 영국 3.3배, 네덜란드 3.3배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개원전문의(self-employed specialist)의 보수가 노동자 평균임금의 4배가 안 되는 나라로는 호주(3.8배), 네덜란드(3.6배)가 있다.

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는 한국 의사들의 연봉이 OECD 통계에 들어가야 할 것이나, 국내외 자료를 분석하면 한국 의사, 특히 병원에 채용된 봉직의 연봉은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OECD 최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의사들이 일반 노동자보다 2~3배를 더 버는 현실에서, 의사들이 일반 노동자보다 4배를 더 버는 한국의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 시늉을 하며 불법적인 ‘파업’에 나선 의사들의 행태는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윤효원 객원기자 (globalindustryconsu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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