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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코로나19 2차 팬데믹 위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료체계 붕괴 직전이었던 대구 학습효과 안 보이는 타 지역현장 간호사들 “수도권 지역 대비 미흡해” … “컨트롤타워 통해 진료시스템 갖춰야”
▲ 정기훈 기자

지난 2월 우리 사회를 일시 정지시켰던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 2차 팬데믹 위기와 공포로 사회와 일터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1차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와 노동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위기 대응능력은 과연 성장했을까.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매일노동뉴스>가 2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1. 진료체계와 노동자 방역
2. 고용위기, 위험한 노동자

#1. 지난 2월21일 오전 7시30분. 대구동산병원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환자를 모두 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형편이 어렵고 장기 입원 중인 환자들도 무조건 나가야 했다. 투병 중인 환자 일부는 “옆에 코로나19 환자를 입원시켜라, 나는 나갈 수 없다”고 버텼다. 일부 환자들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지만 병원에서 나간 환자들을 받아줄 곳은 많지 않았다. 2월21일과 22일 이틀간 137명의 환자들은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퇴원했다.

#2. 대구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근무하던 유연화 간호사는 데스크 업무를 보던 도중 코로나19 확진자를 담당하는 간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확진자의 맥박을 측정하는 심전도기에서 이상 소리가 난다는 전화였다. 환자는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담당 간호사는 안절부절했다. 그는 입사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신입이었다. 유연화 간호사는 맥을 체크하는 선인 리드가 빠지지 않았는지, 환자의 호흡과 반응은 어떤지 알아보라고 지시했으나 신입 간호사는 이를 모두 알아듣지 못했다. 근무교대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신입 간호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를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음 근무자가 와서 환자가 땀을 많이 흘려 리드가 제대로 부착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시기에 나타났던 대구 의료현장 모습이다. 보건의료계는 당시 대구시 의료체계가 거의 붕괴 직전이었다고 평가한다. 의료체계 붕괴는 막았지만, 병실과 인력이 부족해 급하게 병상을 확보하고 숙련되지 않은 간호인력을 대구에 파견하는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장비·병상·인력이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미숙한 인력이 급하게 투입돼 혼란을 겪었다.

코로나19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유행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의료계는 대구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대응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고 있다.

‘메디시티’ 선포한 대구도 인력·병상 간신히 확보

국제적 의료도시를 표방하며 ‘메디시티 대구’를 선포한 대구시는 2020년 7월 기준 242만 인구, 2018년 기준 3만6천970개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천명에서 5천명까지 급증했던 지난 3월 초에 대구시는 확진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병실이 없어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던 확진자가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돼 사망하기도 했다.

대구는 급하게 만든 병동과 인력으로 위기를 넘겼다. 병동은 국가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기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켜 확보했다. 지정된 병원은 다른 병원과 환자들에게 환자 이동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른 병원이 환자를 받지 않거나 환자가 이동을 거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3월31일 대구지역에 파견 온 누적 인원은 의사 836명, 간호인력 1천107명, 임상병리사 등 290명을 포함해 2천233명이었다. 현장 간호사들은 훈련받지 못한 간호장교나 간호대 졸업생 등 숙련되지 않은 인력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중대본이 하달하는 매뉴얼을 숙지하고, 병원 내부에서 통용하는 세칙을 마련하는 한편, 방호복 착용 등으로 시간이 없는 와중에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를 교육까지 시키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은정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장은 “대구의 문제점들은 많이 이야기됐지만 현재 코로나19가 퍼지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문제”라며 “얼마나 대비돼 있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체 인구 중 절반 밀집, 인력·병상 부족한 수도권

행정안전부의 6월 인구통계에 따르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구는 약 2천600만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병상수는 25만4천940개다. 인구 대비 병상수로 따져 단순 계산할 경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도 대구의 경우처럼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 수도권은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다. 과밀시설이 집중되어 있어 확진자가 급증할 위험이 있다. 수도권이 마비되면 한국사회 전체가 멈춰 설 수 있다.

필요한 건 진료체계 대비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병상과 인력이 확충됐는지 추산해야 확진자 증가에 대비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필요병상에 대해 추산은 다 해 놨지만 병상 확충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병상 추산은 했지만, 확충에 대한 민간병원과의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는 “중환자 병상이 존재하긴 하나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현장 간호사들은 확진자 증가에 따른 업무 폭증을 걱정하고 있다.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울서남병원 지부장은 “지난 18일부터 3일간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75명을 갑자기 받는 바람에 방호복을 입고 업무를 보는 시간이 두 배로 늘었다”며 “아직은 인력과 장비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간호사들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업무가 폭증하면 버티지 못하는 간호사들이 나가떨어질 수 있는데, 그러면 인력이 부족해지고 업무강도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온다”고 우려했다.

“방역만으론 한계, 진료시스템 개편해야”

간호사들은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간호사 수급 기준 마련과 간호사 교육훈련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코로나19 격리 병상 간호사 2시간마다 교대, 2인1조 업무 △중환자실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중환자 1명 담당 △격리병동 코로나19 환자 4명당 간호사 1명 배치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병원마다 간호사 수급 기준을 달리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해 필요 병상과 인력을 추산한 대구시도 이 기준에 따르면 간호사를 기존 추산인원의 두 배를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방역체계 의존보다 진료체계 개편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방역이 뚫렸다’는 건 잘못된 표현”이라며 “무증상 감염 발생 등을 보면 방역으로 코로나19 전파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역의 역할은 갑작스러운 확진자 증가가 일어나 진료체계가 붕괴하지 않도록 확진자가 퍼지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방역도 중요하나 지금 필요한 건 진료체계 개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감염추정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깜깜이 확산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 방역만으로는 코로나19를 막을 수 없다. ‘조용한 전파’로 부르는 무증상 전파가 깜깜이 확산에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17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유행에서 6개월간 누적한 무증상, 경증 감염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고 있다”며 “방역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파주시 스타벅스 야당점에서 감염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산이 일어났고, 서울 성북구 체대 입시학원에서 19명이 무증상 감염으로 확진됐다.

정재수 실장은 현재 필요한 것은 컨트롤타워라고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서는 장비·병상·인력 등 물자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한 병원에 병상이 남고 다른 병원에 장비가 남는 상황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중앙에서 지시를 내리는 방법으로 병상·장비·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 역시 “1차 팬데믹 상황에서 서울의료원은 보호구가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도 수급대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지만, 같은 시각 서울대병원에서는 마스크 지급을 차별하고 1회용 보호장구 소독 사용 지침이 내려오는 일이 있었다”며 “전국을 관장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통한 병원 간 보호구 수급 연계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기현 원장은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공공병원과는 소통하고 있다”며 “민간병원과도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웅  ims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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