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소수노조 권리를 침해할 뿐 아니라 교섭대표노조의 쟁의행위 권리까지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대안입법 방향 모색 세미나’를 열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노조할 권리를 침해당한 사례와 대안 마련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노조가 2개 이상인 곳은 교섭대표노조를 정해 교섭을 해야 한다. 교섭대표노조를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했을 때는 조합원 중 과반을 확보한 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진다. 사용자가 동의하면 개별교섭을 해도 된다.

“창구단일화 제도로 노조의 쟁의권 침해·제약”

이날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단일화 제도하에서 노조의 쟁의권이 침해·제약받는다고 지적했다. 단일화 절차에서 교섭대표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교섭권뿐 아니라 쟁의권 행사도 선택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교섭대표노조라 해도 쟁의권 행사는 쉽지 않다. 교섭대표노조는 소수노조의 쟁의찬반투표 결과까지 반영해 과반 찬성을 받아 쟁의행위를 해야 하는 탓이다. 박주영 부원장은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참여하도록 요구할 권한도 없어서 창구단일화 제도는 교섭대표노조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기능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는 소수노조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했다. 노조법에는 노조 간 차별과 관련해 공정대표의무를 규정하고,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시정신청절차가 명시돼 있다. 박 부원장은 “공정대표의무는 불완전한 규제로 교섭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노조에 대한 차별과 부당노동행위를 제대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소수노조에 관련 의견을 제출하라고 안내하고, 교섭내용과 관련해서 1~2번의 게시·홍보물을 배포한 것만으로도 소수노조가 교섭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섭권을 독점한 친사용자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돼 기존의 단협 내용을 오히려 불이익하게 저하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영 부원장은 “한진중공업의 경우 2012년 9월 기업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단협을 체결했는데, 여기에는 재해보상 축소·법정 공휴일 외 약정휴일 삭제·징계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삭제를 비롯한 노동조건이 저하되는 안이 담겼다”고 지적했다.

“신규 조직보다 조합원 뺏기 부추겨”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섭대표노조 조건이 ‘노동자’의 과반수가 아니라 ‘조합원’의 과반수인 것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29조의 2(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르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조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된다. 이 연구위원은 “가령 1천명 사업장에서 A노조와 B노조의 조합원이 각각 100명과 101명이어서 B노조가 교섭대표권을 가진다면, 전체 노동자의 10분의 1을 대표하는 노조가 대표권을 가지는 셈”이라며 “이 경우 A노조 입장에선 2명을 신규로 조직하는 것보다 B노조에서 1명을 빼는 것이 더 유리한 선택이 돼 버릴 수 있어 노조 간 분열을 야기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협약 체결시 적용받는 노동자 범위를 확장하는 방식을 통해 교섭하는 원칙이 제도에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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