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전태일다리에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들이 검은천에 온 몸을 가린 채 노동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모습. <강예슬 기자>
“열사의 죽음 후 50년이 흐른 지금, 패션업계에는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청년의 시신 한 구를 더 요구하는 것이냐고 묻고 싶습니다.”(3년차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 방장)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두 명의 청년 노동자가 검은 천으로 온몸을 가렸다. 얼굴에는 가면과 종이봉투를 각각 뒤집어썼다. 섭씨 34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장갑으로 손을 가렸다. 방장(26·가명)은 신발도 벗었다. 시간당 임금 3천960원을 받는 사실을 말하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되는 열악한 노동 현실은 50년 전과 같았다.

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가 19일 오전 전태일다리에서 50주기캠페인을 열었다. 전태일 열사의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노동자·시민에게 함께 나누려 기획한 행사다.

방장은 “이전에 언론 인터뷰를 했던 동료가 모자이크로 얼굴을 가렸는데도 특정돼 팀에서 낙오됐다”며 신발까지 벗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스타일리스트 보조 10명 중 9명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연차휴가·휴게시간도 꿈꾸지 못한다.

마라(22·가명)씨는 “구인구직글에 업계 평균보다 높은 임금을 적으면 왜 그렇게 많이 주냐고 따지는 실장부터, 그만두겠다면 왜 네가 그걸 정하냐며 이기적이라는 실장까지, 괜찮은 팀·실장은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은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이 한 달 조합비”라며 “8천530원인 조합비가 부담스러워 노조 가입을 고민한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태일 열사가 평화시장에서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했듯 2020년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는 8명이 노조 조직을 위해 모였다. 청년유니온은 패션어시유니온 준비위원회를 9월 중 출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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