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혜진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마트가 월에 2회 의무휴업일을 정한 지도 거의 10년이 다 돼 간다. 그전까지 대부분 마트는 365일 문을 열었다. 10년 전에 유럽 여행을 처음 가 봤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모습이, 주말만 되면 온 도시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유령도시처럼 썰렁해지는 것이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도 근로자라면 당연히 주말과 ‘빨간 날’에는 노는 것이 당연한데, 그 당연함을 이역만리 타국의 생경한 풍경에서 처음 깨우쳤다.

그런데 마트의 휴무일은 마트노동자들에게 유급휴일인 걸까? 나는 마트가 휴무일을 노동자들의 근무일 산정시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다. 당연히 유급휴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무급휴일이라고 생각했다. 마트가 노니까, 일하는 사람도 노는 날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것이다. 놀랍게도 그 날은 유급휴일도, 무급휴일도 아니었다. 마트는 노는 날이지만 마트노동자들에게는 휴일이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근무일이다.

그럼 마트는 노는데 마트노동자들은 문 닫은 마트에 나와서 일을 하는 걸까? 그건 또 아니었다. 마트노동자들도 놀긴 논다. 자신들의 연차를 소진하거나, 휴일에 나와 근무한 대신 휴일을 대체해 쉴 수 있는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 쉰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연차는 노동자가 시기를 지정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가 원치 않으면 의무휴업일에 연차를 소진하지 않아도 된다. 휴일대체나 보상휴가를 사용한 경우라 하더라도 노동자가 의무휴업일에 쉬겠다고 특정해야만 가능하다. 정말 모든 마트노동자가 마트 의무휴업일에 자신의 휴일을 소진하고 싶어서 소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연차도, 휴일대체도, 보상휴가도 의무휴업일에 쓰고 싶지 않다는 마트노동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디로 출근을 해서 뭘 해야 하는 걸까?

한편으로는 이런 궁금증도 들기 시작했다. 마트는 월 2회, 1년에 24번은 무조건 쉰다. 그런데 만약 내가 마트에 갓 입사한 1년차 노동자라면 나한테 주어진 휴일은 매달 생기는 월차 1개씩 1년에 고작 11개, 2년 차가 된다 하더라도 연차 15개가 전부다. 그러면 나는 나머지 의무 휴업일에 쓸 연차가 없으니 나가서 일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어도 한 번은 휴일에 나가서 근무를 해야 휴일대체나 보상휴가가 생기기 때문이다. 마트노동자들의 근무표를 보면 담당 부서를 막론하고 빨간 날에 다 쉬어 본 사람이 없다. 휴일에 무조건 한 번은 나가서 일을 하고 다른 날 쉰다. 대부분 그 “다른 날”이 의무휴업일이 된다. 의무휴업일을 제외한 다른 휴일은 의무휴업일을 준비하기 위한 날처럼 처리된다.

공휴일, 소위 빨간 날이 모든 노동자들의 유급휴일로 보장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올해 1월1일부터다. 모든 노동자가 다 쉬는 것도 아니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서 서서히 적용될 예정이다. 그런데 대부분 마트는 마트노동자들이 이름도 알지 못하는 근로자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했다며 빨간 날을 근로일과 대체해 근무표를 작성한다. 개정 근로기준법이 정한 더 많은 휴일이 의무휴업일과 대체됐다. 법에서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위해 부여한 공휴일과 의무휴업일은 모두 마트노동자의 휴식과는 무관하게 지나간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마트가 월 2회 의무휴업일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휴업일이라면 마트만 놀 것이 아니라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근로의 의무가 없는 휴일로 처리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내가 원래 쉴 수 있었던 날을 바꿔서 쉬는 게 아니라 사업장이 문을 열지 않으니 근로의 의무가 없어 쉬는 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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