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사·임상병리사·장례지도사가 야간 당직근무 중에 주간근무와 같은 업무를 했다면 해당 시간에 비례해 통상임금과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법원에서 전공의 야간 당직근무를 통상근무로 보고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병원 전체 노동자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18일 법무법인 코러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영월지원이 지난 13일 전·현직 방사선사·임상병리사·장례지도사가 8명이 영월의료원을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당직수당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영월의료원은 2017년 4월 4조3교대로 전환하기 전까지 방사선사와 임상병리사는 5일마다, 장례지도사는 3일마다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5시간 야간 당직근무를 했다. 의료원측은 당직근무 시간에 별도의 임금을 주지 않고 5만원의 당직수당만 지급했다. 당직근무 다음 날은 근무일이더라도 휴무를 줬다. 임상병리사를 비롯한 8명의 노동자는 당직수당과 휴무(8시간)를 공제한 시간외근무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야간 당직이 근무의 밀도가 낮은 대기성 단속적 업무에 해당할지라도 실제로 주간근무와 같은 내용의 업무에 종사한 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과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야간 당직근무시간에 실시된 업무의 양이 주간근무 대비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따졌다. 법원은 진료기록을 근거로 2014~2017년 의료원의 야간진료 환자가 주간 대비 7~9%이고, 엑스레이 촬영이나 혈액검사 건수는 20~32%이며, 장례지도사의 입관 업무는 야간에 32~45% 이뤄졌다고 봤다. 이에 따라 방사선사의 야간 당직근무는 15시간 중 6.6시간, 임상병리사는 8.9시간, 장례지도사는 6시간12분의 근무를 통상근무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15시간 당직근무 중 8시간에 해당하는 시간비율을 따져 야간 근무수당을 계산했다.

류재율 변호사(법무법인 코러스)는 “병원 노동자들이 당직근무 중 실제 업무에 종사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증명할 자료가 없음에도 법원이 주간과 야간 환자수, 검사 건수 등으로 유추해 통상근무 시간을 비례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원고들은 일부 승소 판결이 부족하다고 보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근로기준법 50조3항에 따라 당직근무가 대기시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번 판결에는 관련 판단이 없었던 탓이다. 류 변호사는 “병원 노동자의 야간 당직근무가 사용자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시간에 해당한다면 당직근무 15시간을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고 가산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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