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의실에서 보건의료인력·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전국 단위 공동행동에 나선다고 알리는 기자회견을 했다. 나순자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간호는 간호사에게. 이 말이 구호가 아닌 대한민국 현실로 만들어 주세요. 지금 의료현장은 전공의가 부족해 간호사들이 PA(진료보조) 직군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병동에서 환자의 바른 처치를 명분 삼아 간호사가 의사 처방을 대리하고, 인턴을 대신해 환자 시술부터 처치는 물론 중요한 검사를 하거나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려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중 응급상황이나 부작용을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일이 법적 권한 없는 PA 간호사에게 맡겨지고 있어요.”

보건의료노조 “연봉 5억원 줘도
지방에서 의사 못 구할 판”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 생명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종합병원 간호사의 말이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4일 집단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 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사협회가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방법은 의대 정원 확대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더 줘야 한다고 하는데 현재 지역 병원들은 의사들에게 연봉으로 3억~4억원, 많게는 5억3천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어떤 병원은 일반 직원보다 7.6배의 연봉을 줘도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고, 의사에 높은 임금을 주느라 간호사 처우는 좋지 못해 간호사들마저 지역 의료현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의사협회는 보건의료 인력부족 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부족하고 지역별 의료 격차가 크기 때문에 향후 10년간 4천명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한시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 사립의대·민간병원 퍼 주기식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재검토해야”


의사 조합원들이 가입해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19 시대 의사수 확대는 필요하지만 정부 방식처럼 의대 정원 확대로 갈 경우 이득은 사립의대와 지역민간병원만 챙기게 될 것”이라며 “부족한 공공의사를 양성할 국립·권역별 공공의과대학을 설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원칙적으로 의사협회가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지만 현재 집단행동은 명분도 없도 방식도 정당하지 않다”며 “집단행동 계획을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의사수 증원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 역시 정부가 내놓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보완을 주문했다. 한국노총은 “감염병 대응에 무엇보다 공공의료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를 위해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지역병원 설립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지역의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은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며 기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고수했다. 다만 집단행동을 예고한 의사협회에는 대화를 요청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의대 정원 문제는 정부와 논의할 의료제도적인 사안이지,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와 아무 관련이 없는 문제”라며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진료 중단을 통해 요구사항을 관철하려는 행동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대화의 문은 열려 있으며 언제라도 의사협회가 협의의 장으로 온다면 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미영·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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