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가 지난 4월12일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공공기관 지방이전 반대의사를 밝혔다. <금융노조>

공공기관 지방이전 결과 수도권의 인구집중 현상이 다소 완화하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일자리와 창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보고서를 정책연구과제포털 ‘프리즘’에 공개했다. 당초 5월께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뤄지다 이날 전격적으로 공개됐다. 보고서 초안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에는 최근 논의가 불붙은 추가적인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다루지 않았다.

혁신도시 10곳 수도권집중 완화에 성과
공공기관 이전 완료 뒤엔 ‘주춤’


보고서는 지난해 12월까지 이전을 완료한 공공기관 153곳과 혁신도시 10곳의 영향을 분석했다. 첫손에 꼽히는 성과는 수도권 인구집중 완화다. 혁신도시로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보다 많아지는 시점을 2011년에서 2019년으로 8년 정도 늦춘 것으로 분석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시작한 2005년 당시 2011년 수도권 인구집중 비율은 50.2%로 비수도권 49.8%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으나 실제로는 지난해 50.002%로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다소 완화하면서 인구소멸 위기에 처했던 광주·전남과 충북, 경북은 2018년 소멸위험을 벗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매개로 인구집중을 억제해 온 효과는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한시적으로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를 가져오긴 했으나 그 규모가 크지 않고, 2019년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마무리됨으로써 효용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적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동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기준 혁신도시 10곳의 인구는 20만5천명으로, 당초 목표했던 26만7천명보다 24.6% 모자라다.

일자리는 늘었다. 혁신도시 10곳의 2017년 고용량은 90만4천568명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본격 추진한 2012년과 비교해 5년 새 18만1천57명 늘었다. 혁신도시 건설 이전인 2007~2012년 7만6천996명 증가한 것과 확연히 비교되는 수치다. 2012~2017년 고용 증감률은 25.02%로, 전국 고용 증감률(16.47%)·수도권 증감률(17.49%)과 비교해도 높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증가했다. 2017년 상용노동자는 54만1천935명이다. 2007년 34만1천327명, 2012년 40만2천911명에서 크게 늘어났다. 상용노동자는 임금노동자 가운데 1년 이상 고용 계약을 맺은 사람을 말한다. 안정적인 직장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균형발전위 돌연 ‘헥시트와 국가균형발전’ 연구용역
노동계 “금융정책에 균형발전위 손 떼라” 비판


보고서에는 빠졌으나 정부쪽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가 논의는 지속하고 있다. 논의를 이끄는 것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다. 균형발전위는 지난 6일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아시아 금융허브 정책의 국가균형 발전전략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기간은 4개월로 짧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이미 5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2020~2022년)을 수립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심의하면서 중국의 역외 금융허브로 기능해 온 홍콩에서 정치적 불안전성 등을 이유로 자금유출 우려가 커졌다며 핀테크 혁신과 자산운용시장 활성화, 금융 데이터 활용도 제고, 금융중심지의 성공적 조성 등 추진 과제를 도출했다. 균형발전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아니더라도 국가균형발전 측면에서 균형발전위가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홍콩의 국제 금융기관을 국내로 유치하거나, 국제적인 금융변화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을 이전할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용역”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균형발전위의 연구용역 발주에 대해 “다른 국가기관의 연구용역을 평가하거나 입장을 밝힐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노동계에선 균형발전위가 국책은행 지방이전을 염두에 두고 연구용역을 진행했을 것으로 본다. 금융노조는 이 같은 균형발전위의 행보를 비판했다. 노조는 “금융허브라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의 연구는 균형발전위가 손을 댈 사안이 아니다”며 “국내 금융업의 집약과 금융회사의 유치, 국외자본 집중 여건 조성은 균형발전위가 아닌 금융위가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중심지를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금융산업을 지역주의의 희생양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며 “즉각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취소하고 금융산업의 백년지대계를 위해 국책은행을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길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