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관마다 제각각인 공무직 처우를 개선하고 인사관리 기준을 심의하는 기구인 공무직위원회 논의가 좀처럼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다. 노동계는 공무직위 발전협의회 내에 분야별협의회를 구성해 시급한 의제와 중장기적 의제를 나눠 차별과 격차 해소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그런데 정부는 갑자기 발전협의회에 체계적인 논의 진행을 위해 전문가로 구성한 연구포럼을 만들겠다고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시급한 의제 산더미인데
실태조사·연구만 하겠다니…


11일 노동계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공무직위는 발전협의회의 체계적 논의 진행을 위해 기본 의제별로 전문가 중심의 연구포럼을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공무직위는 연구포럼에 참여할 전문가 2명을 12일까지 추천해 달라고 노동계에 요청했다. 연구포럼 주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 및 처우기준 정립’ ‘투명하고 체계적인 인사관리 기준 정립’ 등이다. 발전협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공무직 보상·처우와 인사관리 기준에 대해 의제별로 전문가 중심 연구포럼을 구성해서 안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단계로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노동계는 연구포럼이 내용·절차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장인숙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은 “발전협의회 운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는데 이 단위에서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었다”며 “연구포럼을 왜 만들고, 무엇을 논의하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사전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은 연구포럼에 전문가를 추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역시 연구포럼을 구성하는 데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우문숙 정책국장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아직 논의가 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분과별 협의회 구성 요구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갑자기 연구포럼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공무직 처우와 인사관리에 대한 실태파악을 위한 종합실태조사를 추진 중인데 또 실태파악과 연구를 하겠다는 점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의 1·2단계 적용 대상인 1천46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종합실태조사를 이달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임금구성 항목부터 정규직·공무직 간 수당·복리후생, 휴가제도 차별 여부, 인사·노무관리를 샅샅이 조사한다.

노동계는 연구포럼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처우개선과 인사관리 기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 자칫 공무직 관련 유일한 노·정 대화채널인 발전협의회가 형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공무직위도 ‘답정너’ 되나

발전협의회는 지금까지 4차례 회의를 했다. 노동계는 발전협의회에 지자체·공공기관·중앙행정기관·교육기관 분야별 협의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차별·격차 해소방안을 논의하자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약속한 교육기관 분야별 협의회를 제외하면 분야별 협의회 구성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를 제외한 나머지 정부부처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발전협의회 4차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한 의제로 처우개선과 코로나19 대응 두 가지를 선정해 구체적인 요구안을 전달했다. 무기계약직·공무직이라는 이유로 선별진료소에서조차 정규직보다 질 낮은 마스크나 보호장비를 지급하는 문제부터 바로잡아 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이달이면 중앙정부의 내년 예산안 설계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공무직 처우개선에 가장 시급한 의제를 우선 전달했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은 채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무직 인사·노무관리와 처우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직위를 설치해서 기대가 컸는데 지금은 과연 정부가 처우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