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쿠팡 노동자가 산업재해 승인을 받았다. 쿠팡 노동자와 그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1월20일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후 반년이 지났다. 많은 감춘 것들이 드러났다. 부자나라인 미국 노동자들의 약 절반은 직장에서 해고되면 건강보험 혜택도 종료된다. 약 2천만명의 미국인들은 그 어떤 방식의 건강보험도 받지 못한다. 그 결과가 세계 인구의 4%에 지나지 않는 미국이 코로나19 사망자의 23%를 차지하는 참상이다. 또한 미국 흑인 20명 중 한 명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온라인’ 물류산업을 상징하는 세계적 기업인 아마존의 작업장에서 일하던 비정규 노동자들도 확진판정을 받았다.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아마존 노동자들은 확진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충분한 방역 보호장비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공공성과 사회적 연대 토대가 얼마나 취약한지 생생하게 드러났다. 제임스 로슨 목사는 지난달 31일 흑인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인 존 루이스의 장례식에서 지금의 미국 경제 실태를 ‘플랜테이션’(대농장) 자본주의라고 불렀다. 미국의 착취적 자본주의 모델은 사람들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마치 미국이 17세기에 남부에서 대규모로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만들어 세계 섬유산업을 주도했지만 흑인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던 것과 같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세계적 기업이 출현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뒷면에서 미국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늘지 않고 있다.

한국은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국민의 지혜와 인내, 그리고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대재앙에 총력대응했다. 염려스러운 것은 사태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위험이다. 국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는 그중 하나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불평등이 없도록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평등하게 분담되지 않거나, 어떤 계층에게는 다른 계층의 희생을 발판 삼아 새로운 부를 만드는 기회가 돼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쿠팡 상황을 경각심을 가지고 주목한다. 쿠팡은 한국을 대표하는 생활물류 서비스 회사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비접촉·비대면 시대에서 쿠팡과 같은 생활물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안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었다. 이러한 성장은 단지 쿠팡과 같은 생활물류 회사의 주주들이 이룬 성과가 아니다. 한국 사회 공동체가 함께 코로나19에 협력해 대응해 왔기에, 소비자들은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도 배송 서비스 회사가 보낸 물건과 노동자들을 신뢰한다. 그렇다면 쿠팡과 같은 생활물류 회사들은 더 철저하게 노동자를 코로나에서 보호하는 투자를 하고, 임금과 근로시간·휴게에서 나은 노동조건과 배려로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국의 아마존이 그러했듯이 쿠팡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쿠팡은 노동자들을 처음부터 보호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확진자가 발생한 후에도 노동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확진 발생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를 감춘 채 노동자들을 출근하게 했다. 노동자들은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모른채 출근해야 했다. 노동자들은 출근 후에야 소문을 듣고, 확진자가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간대에 일한 사람인지 알려고 노력했으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쿠팡 노동자,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은 무방비 상태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안타깝게도 이 순간에도 여태 중태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쿠팡 노동자 가족이 있다.

쿠팡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이바지하려면,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필요하다. 쿠팡은 노동자 안전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진솔하게 인정해야 한다. 쿠팡 노동자 산재 승인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생활물류 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근본적 전환을 제시해야 한다. 미국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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