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가 10일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본계 금융자본 J트러스트의 JT저축은행 매각 시도가 졸속적인 먹튀 행각이라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JT저축은행 노동자들이 회사에 노동자의 고용안정 보장과 매각과정 공개를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 JT저축은행지회(지회장 이진한)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안정 보장 없는 졸속매각 반대 △사모펀드·대부업체로의 매각 반대·매각과정 공개 등을 요구했다. 회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매각 자체를 반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회는 이번 매각을 밀실매각으로 규정했다. 이진한 지회장은 “회사는 지난 6월께 매각 추진 사실을 노조에 전달하면서 대화에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정작 매각과정이 시작되자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매각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4곳가량의 숏리스트(적격예비인수후보)가 나타났고, 오늘부터 실사에 나선다는 이야기를 모두 언론을 통해 접했다”며 “회사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서도 함구하는 등 밀실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회장은 회사가 대화요구에 묵묵부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는 노조의 보충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적 협의체인 노사협의회에 조합원이 근로자위원으로 참석해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별도의 임직원협의회를 꾸리자고 하고 있다”며 “선거를 통해 공정하게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조차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JT저축은행을 소유한 일본계 J트러스트그룹은 지난달 2일 JT저축은행을 매각하기로 하고 법무법인 김앤장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매각이 장기화할 것이란 업계 전망과 달리 한 달여 동안 잠재적 인수자가 나타나 실사에 착수하는 등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이르면 이달 말께 매각에 필요한 절차가 완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업계는 빠른 매각 진행의 배경을 J트러스트그룹의 동남아시아 진출 실패로 보고 있다. J트러스트그룹이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은행업에 진출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JT저축은행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필요한 자금은 1천억~2천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분석한 JT저축은행의 매각대금은 약 1천700억원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조는 JT저축은행의 매각을 외국자본의 ‘먹튀’로 해석하고 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J트러스트그룹은 5년전 JT저축은행을 500억원에 헐값으로 인수한 뒤 최근 1천700억원 규모로 팔아 차익을 남기려고 한다”며 “투기자본이 금융기관을 인수한 뒤 노조를 탄압하고 노동자를 착취해 이윤을 늘리고 다시 매각해 차액을 챙기는 먹튀”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외국자본의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의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5년 전 투기자본인 J트러스트에 헐값으로 JT저축은행 매각을 승인한 금융위가 이번에라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노동자의 고용안정 조치를 포함하고 심사를 강화해 먹튀를 근절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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