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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무기’라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10일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읽고서 다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생각했다. 오랜만이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으로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기 시작할 당시에는 그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해서 수도 없이 노조의 대응을 교육했었다. 2010년 1월1일 개정된 노조법이었고, 그 개정법의 부칙을 통해서 2011년 7월1일부터 시행했으니 꽤 시간이 흘렀다. ‘[사용자 무기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삼성전자는 교섭을 못하는 것일까 안하는 것일까’. 이런 제목의 매일노동뉴스 기사를 읽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전자노조 등 노조들이 “무노조 경영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얼마 전에 대국민 약속했음에도 사용자 삼성전자와 조합원을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채 단체교섭이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그중 한 노조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노조법의 문제를 내세워 그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동행)와 개별교섭을 하기로 결정해서 진행하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전국삼성전자노조와는 “교섭할 의지가 있다”면서도 “법률상 문제 탓에 교섭이 어렵다”는 입장을 사측이 고수해 개별교섭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들의 교섭 요구에 사용자 삼성전자의 뜻에 따라 개별교섭을 진행하고, 이러한 상태에서 신규노조가 한 교섭 요구에 사용자 삼성전자가 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내세워 그 교섭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조법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사용자의 무기가 돼 버렸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였다. 2010년 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면서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중에는 삼성전자 사례와 같은 것도 있었다. 기사는 삼성전자에서 오늘 교섭창구 단일화제도가 사용자의 무기가 돼 버렸다고 쓰고 있었지만, 그러니 이미 이 나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그 제도가 도입돼 시행될 당시부터 사용자의 무기였던 것이다.

2. 이 나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논의돼 도입됐다.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는 것조차 국가가 규제했다. 물론 지금은 자유롭게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아직까지도 노동자 중 일부에 대해서는 설립을 금지하고 여전히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어쨌거나 과거에는 아예 국가가 법으로 복수노조 설립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로 인해서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조를 설립해서 활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고, 복수노조 설립 허용은 오랜 기간 이 나라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요구였다.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은 자유여야 했다. 국가가 법으로 금지하고 제한해서는 안 되는 노동자의 자유여야 했다. 당연한 자유로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하는 것인데도 그 자유를 보장해 준다며 이 나라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했다. 자유를 보장한다면서 자유의 억압을 가져왔다.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는 단순히 노동조합 자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자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 단결의 자유란 그 단결체인 노동조합이 교섭 등 활동하는 자유를 당연히 포함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해서 노동자에게 복수노조를 허용해 주겠다면서 그 노조를 통한 활동, 교섭할 자유를 틀어막았다. 그 논의의 시작을 어디로 볼 것인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적어도 2003년 노무현 정권에서 노사관계선진화안(로드맵)으로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제도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즉 당시 노동부가 선정한 연구자들로 구성된 노사관계제도선진화연구위원회가 논의 결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그 노사관계법·제도선진화방안에서는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금지에 관해 교섭창구 단일화와 연계하여 허용하기로 하고 “자율적 단일화를 우선으로 하되, 단일화가 안 되는 경우에는 단일화 절차 진행”을 하도록 하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결론으로 내놓았다. 이 방안이 2010년 노조법 개정으로 도입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2010년 당시가 이명박 정권이라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됐던 것이라고 탓할 문제가 결코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이 나라에선 민주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노동자에게 단결의 자유, 노조를 설립해서 교섭 등 활동할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3.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보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해야” 하되, “2항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이 조에서 정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29조의2 1항). 즉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를 정해서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만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기로 동의하면 개별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복수노조 사업장이라면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돼야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을 진행할 수가 있다는 것이고,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는 교섭대표노조의 교섭을 통해서만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된다. 여기에 사용자가 개별교섭에 동의하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른 교섭대표노조를 통하지 않고 교섭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인데, 결국 사용자가 어느 노조와 개별교섭을 할 것인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와 할 것인지 선택할 수가 있다는 것이 된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교섭할 노조를 선택할 자유를 갖게 된다. 노조는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독자적으로 교섭할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의 자유를 깨닫고서 매일노동뉴스는 오늘 삼성전자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사용자의 무기로 돼 버렸다고 보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에 관한 현행법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2010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서 고용노동부는 매뉴얼을 통해 복수노조가 아닌 사업장에서도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교섭대표노조가 되면 그 기간 동안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유지한다고 해설했다. 당시 우리 노조들은 이를 이용해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해서 새로운 노조의 설립 내지 그 노조의 교섭을 방지하고자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어디까지나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끼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절차로 도입된 제도일 뿐이다. 복수노조가 아닌 사업장에서 노조에 대해 일정 기간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결코 아니다.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는 복수노조끼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위한 것이라고 파악하게 되면, 복수노조가 아닌 사업장의 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복수노조가 존재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가 정해졌더라도 이러한 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한 새로 설립된 노조에 대해서까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가 인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제도가 도입돼 시행된 지 이 나라에서는 10년 동안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새로운 노조의 설립이나 그 노조의 교섭을 방해하는 데 이용돼 왔다. 사용자에 의해서 이용되고, 노조에 의해서 이용됐다.

4.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보호 협약 87호 및 98호 협약 비준 및 관련 국내법을 개정”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촛불대선에서 공약했다(<나라를 나라답게>, 19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87면). 이 공약을 이행하겠다며 문재인 정부는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 그 입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위와 같이 오늘 삼성전자를 비롯한 사업장에서 노조의 교섭을 심각하게 제한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폐지하는 입법은 추진하고 있지 않다. 노동자가 단결해서 교섭 등 활동하는 것은 자유여야 한다. 사용자가 허용해 주거나 권력이 법으로 보장해 줘야 비로소 노동자의 것으로 획득되는 ‘권리’가 아니다. 본래부터, 즉 이 세상에서 사용자가 허용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법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 않아도 행사할 수가 있는 것, ‘자유’로 보장돼야 한다. 이렇게 노동자의 자유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바라보자. 그러면, 이 나라에서 진정으로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그 폐지를 검토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억압하는 것을 방치해 두고서 노동(자) 존중을 말해서는 안 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라는 무기를 사용자에게 보장해 주고서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말해선 안 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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