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경향신문이 지난달 31일 5면에 김부겸 전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당권 도전 관련해 ‘김부겸, 노동계·부동산 민심 잡기’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30일 한국노총을 찾아 지도부와 간담회를 열고 전국자치단체공무직노동조합총연맹과 정책협약을 맺었다. 이 내용을 담은 경향신문 지면 기사에는 ‘민주노총 방문해 지지 호소’라는 작은 제목이 달렸다. 사실이 아니다. 김 전 의원은 한국노총을 찾아갔고, 자치단체공무직노총과 정책협약을 맺었을 뿐 민주노총을 방문하진 않았다.

노동을 조금이라도 알면 지금 민주노총이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를 만나 간담회할 정도로 녹록지 않다는 걸 알텐데, 작은 제목에 달린 ‘민주노총 방문’은 좀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경향신문 온라인기사엔 작은 제목이 ‘한국노총 방문해 지지 호소’라고 돼 있다. 31일 오전 8시41분에 수정한 기사였다. 편집기자의 실수였을 수도 있다. 엊그제 코로나19 위기 극복 노사정 합의를 부결시킨 민주노총 대의원 투표를 여러 차례 보도한 경향신문인데 많이 아쉬웠다.

지난달 31일 세계일보 5면엔 국회에서 감사원장을 겁박한 여당 의원들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다. 발화자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였다. 이 기사엔 “조기숙 ‘감사원장 겁박한 與, 박근혜 데자뷔’”라는 제목이 달렸다. 앞서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이번에 조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에서 감사원장에게 “탄핵감” “사퇴하라” 등으로 몰아세운 걸 박근혜 정부 때 양건 전 감사원장의 사퇴 과정과 비교해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감사원 독립을 지키려고 4대강 사업을 비판하다가 청와대 외압으로 물러났다. 조 교수는 현 감사원장을 맹비난하는 집권 여당 의원들 모습이 과거 양 전 원장을 비판했던 집권당 의원들을 떠올리게 한다고 회고했다.

우리는 조 교수가 지금 와서 왜 집권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지 이유를 모른다. 다만 조 교수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때 국민 수준이 대통령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식의 얘기를 해 거센 비난을 받았던 사실이 데자뷔처럼 떠오른다.

정권이 말기로 치달을수록 너나없이 서민을 거론하며 한마디씩 거들며 정치무대에 다시 등판하지만 서민들 삶과 1도 관계없다. 유시민이 그렇고, 진중권이 그렇고, 조기숙도 그렇다. 주로 그들이 사생결단하듯 싸우는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는 장기적으로 보면 의미 있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과 무관하다. 결국 이런 의제는 먹고살 만한 중산층에서만 쏟아진다. 이런 의제를 놓고 SNS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분들은 대부분 직업만 봐도 알만하다.

등산에선 하산하는 길이 더 위험하다. 집권 세력 주변에 있는 분들이라면 그 넘치는 에너지를 왜 3년 넘게 세월호 진상규명을 못했는지, 가습기 살균제 의제는 저렇게 놔두고 임기를 끝내도 되는 건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2016년 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과연 해결된 건지, 줬다 뺏은 최저임금은 이대로 괜찮은 건지,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공약은 어디로 갔는지, 이렇게 정치하면 산업별 노사교섭 구조를 만들겠다는 약속이 지켜지는지, 연간 1천800시간대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왜 사라졌는지부터 되돌아봤으면 한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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