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경비노동자 보호법’ 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힘 없는 경비 때리는 사람들 꼭 강력히 처벌해 주세요”

지난 5월10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고 최희석 경비원이 주민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신의 휴대폰에 남긴 음성이다.

최씨가 세상을 등진 뒤 경비노동자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적 공감대도 높아졌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입주민들, 관리사무소의 인식변화와 협조가 불가피하다.

그런 가운데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의 경비노동자·입주자·관리소장 단체가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해 손잡았다.

“경비원 고용안정·권익보호 위해 협력”
공동주택관리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발의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대한주택관리사협회를 초청해 ‘상생 꽃 달기’ 행사를 열었다. 을지로위의 민생문제 과제를 기록한 상황판과, 당사자들 가슴에 꽃을 다는 행사다.

을지로위는 고 최희석 경비원이 숨진 뒤 당사자 3주체 단체와 함께 논의한 결과 지난달 21일 상생협약식을 개최했다.

을지로위와 국토교통부, 아파트 3주체 단체는 상생협약을 통해 “아파트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해 협력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상생협약 이행을 위한 10대 실천과제로 △경비노동자 업무범위 현실화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한 거부권 보장 △폭언·폭행으로부터 보호 △경비노동자 갑질피해 방지와 고용안정 등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이날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대 실천과제 내용을 담은 이른바 경비노동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으로, 아파트 3주체와 협의한 결과다.

현행 경비업법 7조5항은 경비원의 경비업무 외 업무 수행을 금지한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분리수거, 외곽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찰청은 2021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업무 수행시 경비업법 위반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 의원이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은 공동관리주택법에 따라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경비업법 7조5항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경비원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공동주택 노동자는 업무 외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41조(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는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노동자는 사업주에게 업무 중단 또는 전환, 치료 등을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천 의원은 개정안에 ‘경비원 등 공동주택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국회·정부도 참여
사회적 대화 통한 해결 모색 주목


천 의원은 “(상생협약과 법안 발의는) 문제해결을 위해 당사자들이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마련해 법·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주민들이 사는 삶의 현장으로부터 입주자대표·경비노동자·주택관리사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실천해 나가고 전국으로 확산시키려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경비노동자사업단 대표는 “2021년부터 경비업법이 엄격히 적용돼 경비노동자를 해고하려는 고용불안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개정법안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일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부회장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경비노동자를 가족과 형제처럼 생각하고 상생과 고용보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무인택배함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을 지자체나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장전 대한주택관리자협회 회장은 “아파트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보호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최희석씨 사망처럼) 극단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고 아름다운 공동주택 문화가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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