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29일 공공일자리 확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연 홈리스들과 시민단체 <자료사진 정소희 기자>
행정안전부와 서울시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일자리 사업 일부에서 홈리스를 배제하겠다고 밝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배제 대상에는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도 명시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홈리스를 고려하지 않은 데다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3일 인권단체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달 30일 아동·청소년 관련 일자리사업에서 출소자·노숙인의 참여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행안부 지침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는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사업’에 적용된다. 지침에는 “학교방역 등 아동·청소년 관련 사업에 출소자·노숙인 등이 선발되지 않도록 신원확인을 강화한다”고 명시돼 있다. 출소자 및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와 홈리스가 학교 방역 등 일부 일자리사업 참여 제한 대상으로 묶인 것이다.

홈리스행동은 “노숙인은 범죄와 관련성이 없는데도 행안부가 아동학대 관련 범죄자와 동일하게 처우한다”고 비판했다.

여론 핑계로 ‘차별 지침’ 만든 행안부

행안부 지침은 서울시 ‘청년희망일자리사업’에 곧바로 반영됐다. 이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취업취약계층의 구직난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만 19~39세 청년이 대상으로 하루 4~8시간 일하고, 3~5개월간 계약하는 단기일자리 사업이다. 사업은 △학교방역 등 학교생활지원(3천716명) △자치구 청년 희망일자리(812명) △자기주도형 희망일자리(100명) △청년 디지털 소셜임팩트 희망일자리(210명) △청년 매니저 희망일자리(162명) 분야로 나뉜다. 나머지 일자리는 사무직·관리직에 가깝고 현장직은 3천716명을 뽑는 학교생활지원 일자리가 유일하다. 취업능력이 다소 낮은 청년 홈리스에게 필요한 일자리다.

서울시는 사업 규모가 가장 큰 ‘학교생활지원 사업’부터 참여자를 모집했다. 이 사업은 사업 참여자가 학교에서 발열검사·생활지도·소독을 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23일 발표된 사업 참여자 모집공고문에는 취업취약계층을 우선선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취업취약계층은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 프리랜서, 특수고용직이나 저소득층, 결혼이민자, 출소 후 6개월 미만인 자, 노숙인 등이다.

하지만 한 경제지가 지난달 29일 “3개월 발열체크에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출소자가 학교에서 발열체크를 한다”고 보도하자 행안부는 지침을 만들고, 서울시는 사업 내용을 수정했다. 현장일자리로 3천716명 규모를 가진 청년 일자리 사업에 홈리스를 전면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보도 후 학부모들의 민원이 많았다”며 “학교생활지원 사업에는 범죄자와 홈리스가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답했다.

“참여 가능 공공일자리 가뜩이나 부족한데…”

행안부 관계자는 지침에 관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많았다”며 “노숙인과 범죄자를 동일선상에 둔 것은 아니며 다른 사업으로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숙인 지원단체는 정부와 서울시 방침에 우려를 표했다. 코로나19로 일용직·건설직 등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공일자리에 희망을 거는 홈리스에 가혹하다는 지적이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현재 홈리스들은 코로나19로 일용직 일자리도 없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고 있다”며 “공공일자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데 선택권과 기회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활동가는 “청년 대상 일자리 사업에서 노숙인 정체성을 부각해서는 안 된다”며 “낙인이 돼 사업 참여자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