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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을 다시 만나다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13일부터 24일까지 노회찬 의원 2주기 추모주간을 마쳤다.

행사 슬로건은 “2020, 노회찬을 다시 만나다”였다. 1주기에는 “노회찬을 그리다”로 해 그를 기리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나타냈다면, 2주기에는 그의 시선을 따라 노회찬 의원이 바라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찾고 또 드러내고자 했다.

평생을 노동운동가로 살았고, 다양한 영역에서 보인 그의 실천 하나하나가 노동운동 연장이었다. 6411번 버스를 타는 투명인간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과 각오를 나타내는 그의 유명한 당대표 수락연설은 노동운동가로서 그의 일관된 삶에서 비롯했다. 이미 유명해진 뒤에도 굳이 스스로를 드러내고자 하지 않고, 불러내지 않는 한 행사장 뒤편에 조용히 머물다 가곤 했던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삶의 진지함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그를 떠올리는 방식은 한마디로 하자면 함께 비를 맞는 모습이다. 정치인 중에서 그만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는 드물다. 2주기 온라인 추모관에서는 그를 기억하는 마음이 560개의 추모글로 표현됐다. 그리워하는 마음과 함께 그를 기억하는 글이 올라왔다.

“소외된 자, 약자들에게 정치의 목소리를 부여하되, 경청하는 태도를 잃지 않으셨던 품격 있는 정치언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시되, 언제나 유쾌함과 유머를 지녔던 노회찬 의원님. 보고 싶습니다.” “세상을 따뜻한 시선, 정의로운 마음으로 실천하시던 분.” “약하고 아픈 마음들이 서로 연대해, 당신의 뜻 당신의 꿈을 이뤄 가겠습니다.”

추모 글을 읽어 가다 보면 노회찬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는 표현보다는 소외된 이들, 마음에 상처받은 이들과 함께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정치에는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로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투사보다는 조용히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했다. 열정적인 말보다는 조용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사람, 거창한 주장보다는 소박한 꿈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정치에는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기에, 그는 더욱 소중한 사람이었다. 어디 정치만 그러할까. 노동운동에도 마음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때 주장과 요구의 차원을 넘어 진정한 운동으로 승화할 수 있다.

추도식과 추모공연에 가려 크게 드러나지 못했지만 이번 추모주간 동안 노회찬재단에서는 6411 프로젝트의 하나로 ‘6411 사회극’을 진행했다. 돌봄·청소·봉제 노동자들의 상처 입은 마음과 목소리를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드러내는 사회극이었다. 청소·봉제·요양보호 노동을 하는 여성노동자 12명이 모여 일터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을 서로 나누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었다. 그리고 일하면서 들었던 가슴 아픈 말들을 적는다.

“야!” “아줌마!” “청소하러 온 주제에 별나게 군다.” “당신 없으면 할 사람 없어?” “쟤넨 공순이잖아.”

가장 뼈아프게 공감하는 말에 스티커를 붙였다. 그리고 권고문을 만들었다. 그저 일하는 아줌마가 아니다. 사회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노동을 하는 가장 귀한 존재임을 존중해 주는 일터와 사회가 돼야 한다.

6411 사회극은 자신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가상의 노동자를 설정하고, 그가 의자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고 갑의 언어를 쏘아붙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면 금세 그가 겪는 아픔에 같이 마음이 아파 오고 눈시울도 뜨거워진다. 우리에게 무너진 자존심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이를 고쳐 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게 된다. 많은 노동교육이 있지만 대부분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비해 6411 사회극은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일터의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6411 사회극은 하나의 예지만, 노회찬재단은 약자의 연대를 이뤄 나가는 새로운 형식을 찾으려 한다. 재단은 서로의 마음 주파수가 공진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노회찬을 다시 만나고, 또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마음의 공진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지속되고 증폭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그리움에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리하여 3주기에는 더 많은 따뜻한 마음이 모이기를 기원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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