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비정부 기구 중 하나인 옥스팜(Oxfam)은 이달 22일 ‘코로나19로 이윤 챙기는 기업 보고서’(Pandemic Profits Exposed)를 내고 “미국 노동자 1천만명이 실업자가 되고, 공공 서비스 예산이 축나고, 많은 기업들이 파산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옥스팜은 전례 없는 전염병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미국 제약산업과 아이티산업 회사들의 이윤이 치솟고 있으며, 그 결과 백인 부유층의 소득과 자산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로 치닫는 미국 경제와 달리 이들 기업이 떼돈을 벌어들이면서, 늘어난 부의 혜택이 소수의 “백인 남성 주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옥스팜에 따르면 올들어 6개월 동안 미국의 이윤율 상위 25위 기업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존슨 앤 존슨·페이스북·화이자·비자를 포함한 17개 기업이 챙긴 이윤이 지난해보다 850억달러(100조원) 더 늘어났다. 옥스팜은 “2차 대전 시기의 초과이윤세를 부활시켜 기업들 사이의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재원에 충당하고, 전염병 구호사업과 부흥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코로나19 검사와 백신 개발 및 구입에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옥스팜 미국지부의 이리트 타미르 민간부문국장은 “각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부 지원과 운 좋게 주어진 기회가 결합해 소수기업 수중으로 돈이 몰리면서 이미 부유한 주주들이 더욱 부유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옥스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P500에 상장된 기업이 12%의 이윤 손실을 봤으며, 2분기 예상되는 이윤 손실률은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중소기업 수익은 1분기에 50% 줄어들었으며, 2분기 수익은 더 바빠져 85%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윤율 상위 25% 기업이 낸 순이윤의 99%는 “백인 남성이 압도적 다수인” 주주들에게 분배될 것으로 옥스팜은 내다봤다. 코로나19 덕분에 10달러의 이윤이 생겼다면, 그중 9달러는 백인들의 수중에 들어가고, 흑인과 라틴계에게는 32센트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자치하는 비중보다 2배나 높고, 라틴계 역시 확진자 비중이 인구 비율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인종적 불평등과 사회갈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옥스팜은 비판했다.

옥스팜 미국지부 기업정책 자문관인 니코 로시아니는 “글로벌 위기 시기에 엄청난 이윤이 창출되고 또 그것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분배되는 드라마 같은 상황은 기본적으로 정의롭지 않은 것을 넘어,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이윤을 빨아들이는 동시에 경제지원 명목으로 엄청난 세금 혜택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존슨 앤 존슨·페이스북·화이자·비자 같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공정한 경쟁을 희생시키면서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며 “하늘에서 떨어진 횡재 격인 이윤에 과세하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있어서 역사가 증명한 공정한 길”이라고 상기시켰다.

옥스팜은 2차 대전 당시의 과세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의 이윤율 상위 17개 기업들로부터 800억달러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코로나19와 싸우고 경제적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 재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약산업과 IT산업 대기업의 이윤율 폭등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 코로나19 전염병 위기에서도 시장전망치를 뛰어넘어 지난해 동기 대비 22.73%(전분기 대비 25.58%)의 이윤율 상승을, 영업이익이 8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이 2차 대전 때 시행한 과세율을 적용한다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중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은 7조6천억원에 달한다. 미국 대기업들의 이윤율을 분석한 옥스팜 보고서는 모든 국민을 위한 백신 개발·제조·조달·공급·운반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globalindustryconsu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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