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버스노조에 새로운 수장이 선출됐다. 오랫동안 노조를 이끈 서종수 위원장이 자동차노련 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노조는 지난 2일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보궐선거를 실시했다. 3명의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박점곤(65) 흥안운수지부장이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시버스노조 사무실에서 박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코로나19로부터 승객과 버스노동자를 지키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미착용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력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버스를 이용하려는 승객과 이를 거부해야 하는 운전기사들 간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한 버스를 위한 대응 매뉴얼이 없다”

- 당선을 축하한다. 위원장 출마를 결심한 배경이 궁금하다.
“1998년 흥안운수지부장이 됐다. 외환위기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쉬지 않고 일한 것이 믿음을 줬던 것 같다. 30년 전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과도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다. 한 번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끝까지 인연을 이어간다. 그런 점이 이번 선거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시절에 위원장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참석을 넘어 참여의 시대로 전환하자’는 기치로 제시한 현장성 강화 방안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 버스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전염병 예방을 위한 별도 대중교통 대응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 매뉴얼에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못 박아야 한다. 지금 같은 권고 수준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 서울시가 버스차량 소독과 방역비용을 일부 지원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중앙정부는 지침만 내릴 뿐 모든 책임과 시행은 지방정부 몫이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최소한의 방역비용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서울시가 5월부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시민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금지한 후 버스 기사와 승객 간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타협 여지가 없는 문제다. 만약 버스노동자가 감염되면 해당 버스회사는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 결국 그 불편은 시민에게 전가된다. 최근 수도권에서만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운행이 중단(감축)된 버스 노선만 5개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이용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능동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 지금은 운전기사가 마스크를 안 한 승객을 거부할 권한이 없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서 승차 거부에 따른 처벌조항을 면제해 주는 수준이다. 버스기사에게 마스크를 안 주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가 암행감찰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버스기사를 적발하면 회사는 막대한 불이익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는 마스크 비용에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사 간 분쟁을 유발한다. 서울시가 직접 마스크 구입비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회사가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는 엄정한 행정명령을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방역비용 지원해야

- 버스 승객 감소로 전국에서 버스회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버스노동자들도 임금손실과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서울시 상황은 어떤가.
“전국적으로 버스운행률 저하에 따른 임금손실과 고용불안이 심각한 수준이다. 다행히 버스준공영제 덕분에 재난상황에도 국민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기본 서비스가 유지되고 있다. 서울 시내버스는 매출감소로 영업을 중단한 사례는 없다. 다만 공항버스가 80% 이상 운행이 단축됐는데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임금을 어느 정도 보전받고 있다. 준공영제 지역도 승객이 줄어들어 지방자치단체 재정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정지원금 증가를 이유로 노동조건 악화를 시도하거나 감차를 추진할까 우려된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는 중이다.”

- 임기 동안 가장 주력할 사업이나 정책은 무엇인가.
“우리 노조와 서울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3주체가 참여하는 노사정 협의회를 제도화하고 싶다. 현재는 노사정TF로 현안이 발생하면 논의하는 방식이다. 정례화하지 않다 보니 서울시에 부담이 되거나 요구를 하는 안건이 제기되면 TF가 열리지 않는다. 지난 2월 마지막 회의가 열린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대화 자리가 없었다. 노사정 협의기구가 만들어지고 정례적인 회의가 열리면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분쟁도 예방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시가 송파구 장지공영차고지 입체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강행하는 시범사업이 있다. 차고지 지하에 주차장과 세차장,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 도장부스 등을 만들고 지상에는 아파트 3개동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공기 흐름이 좋지 않은 지하에 수백 대의 버스 차고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버스에서 나오는 분진과 매연, 대형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는 가스충전소까지 들어선다면 어떻게 되겠나.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작업장에서 매일 일해야 하는 버스노동자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릴 수 있다. 지상에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의 입주민은 어떤가. 주거공간에서 분진과 매연, 화재의 위험을 감수하며 매일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 서울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에 있는 신정차량기지 선례가 있다. 차량기지 위 아파트단지에서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버스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된 정책인데 정작 논의 과정에서 노조는 소외되고 있다. 암행감찰식으로 진행되는 서울시 운행실태점검도 폐지해야 한다. 인권침해 소지가 크고, 점검단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완전한 주 5일제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다. 지금은 주 5일에 격주마다 시프트 근무(5시간)를 하고 있다. 이런 논의를 하려면 앞서 말한 노사정 협의회가 필요하다. 임기 중 반드시 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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