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시장 중심 사회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와 시장·시민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국가 전략을 짰어야 한다.”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문제점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이 “민간 대기업 주도 방식으로 ‘한국판 뉴딜’이 구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사회경제 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빗나간 기후위기·불평등 대응 정책

김병권 소장은 이날 “평상시에는 위세를 보이던 민간 대기업·대형병원들이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나 소득분배처럼 국가와 공공의 역할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구상할 때도 시장 편향적인 사회를 이동시킬 방법을 고민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한국판 뉴딜 곳곳에는 국가가 민간 자본·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민간이 주도하게 하는 청사진이 그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주요 화두를 ‘비대면’으로 제시한 것도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재난에 응급대응하며 취해진 봉쇄·휴교·휴업·재택근무를 비롯한 일시적 현상을 고착화하는 방식의 ‘비대면’은 기업의 틈새시장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 국가전략으로 채택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2020년이 기후 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이에 빗나간 정책에 국가가 5년간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는 형태로 한국판 뉴딜이 시행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엔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7.6%씩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김병권 소장은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축소를 매년 연속 10년을 감당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린뉴딜은 탄소배출도 줄이면서 우리의 삶도 지켜 내는 전략이 담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질의 일자리 아닌 불안정 노동 존치”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재벌기업과 대형병원에 퍼 주는 비대면 의료정책이 한국형 뉴딜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뉴딜의 보건의료 부문에 포함된 스마트 병원·원격의료·AI진단·디지털 돌봄은 효과가 입증된 적 없고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인력 감축과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스마트병원은 KT·현대로보틱스·마이크로소프트·IBM·NHN 같은 대기업들이 서울아산병원·서울대병원 같은 대형병원에 투자해 벌이는 일종의 병원자동화 과정의 일부”라며 “디지털 감시로 입원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분한 간호 인력이 환자 곁을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디지털뉴딜과 관련해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정부가 민주적이지 않다면 국민에 대한 감시만 강화될 것”이라며 “디지털 뉴딜 종합계획은 혁신적 기술 도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인권친화적 지능형 정부를 위한 제도 마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광규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한국판 뉴딜은 여전히 자본 의존적 경제활성화 우선 프레임에 묶여 있다”며 “안전망이라고 제시된 것도 양질의 일자리와 고용을 창출하기보다는 현재의 불안정한 노동을 존치시킨 상태에서 일정 부분 사회안전망을 통해 최소한의 숨통만 터 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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