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여울 공인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

얼마 전, 뮤지컬 <친정엄마> 작품에 참여한 배우·스태프들에게 소액 체당금이 지급됐다. 지난해 12월 말에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이 접수됐는데 실제로 그들이 체불된 임금을 받기까지 반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이 사건은 예술인복지재단과 성북구노동권익센터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 솔직히 처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노동부에서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지입차주가 아닌 레미콘 믹서트럭기사, 비율제 학원 강사처럼 노동자성이 쟁점이 됐던 사건에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부에서 노동자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판단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지 못한 것이다.

뮤지컬 <친정엄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은 계약된 50회의 공연을 모두 진행했지만 임금을 아예 못 받거나 혹은 절반 정도의 수준만 받았다. 공연 진행 중에 임금체불이 발생하자 제작사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보이콧할 것을 걱정하며 돈이 생기는 대로 임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예정된 50회의 공연이 끝나자 제작사 대표는 돌연 잠적해 버렸다.

나는 임금체불 진정을 접수하기 전 당사자분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했는데, 그들은 생각보다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별 체불액의 차이는 있었지만 많게는 1천만원을 넘는데, ‘왜 이렇게 차분해 보이실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여쭤보니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은 적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셨다. 뮤지컬 업계에서 임금체불은 너무도 흔한 일이지만, 업계 특성상 문제제기를 했다가 앞으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처럼 제작사 대표가 잠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뻔뻔하게 다른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고선 그 작품에 오디션을 보라는 제안까지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듣는데 너무 기가 막혀서 그만 얘기하자고 해 버렸다. 당사자분들은 오죽할까.

예전에 아는 사람이 공연을 하고도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노동부에 갔는데, 제대로 된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아, 직업이 배우세요? 그럼 법원을 가셔야죠”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노동부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뒤로는 못 받은 임금이 있어도 노동부를 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정해진 연습 스케줄에 따라 매일 연습실로 출근했던 그는 분명 노동자다. 뮤지컬 배우를 비롯한 예술인 전반에 대한 우리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번 뮤지컬 <친정엄마>에 참여한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 소액 체당금이 지급된 것은 매우 의미 있다. 노동부에서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술인에게 소액 체당금이 지급된 첫 사례라고 한다. 늦었지만 이 사례를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예술인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기를 바란다.

‘예술인’은 예술을 생산하는 노동을 하는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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