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월차를 쓰겠다고 했다가 관리자에게 떠밀려 머리를 다쳤다. 그 관리자는 병원에 실려 간 노동자를 찾아가 식칼로 아킬레스건을 그었다. 이른바 ‘식칼 테러’ 사건이다. 월차를 쓰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을 더는 참지 않겠다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틀간 공장 라인을 세웠다. 이를 계기로 아산과 울산, 전주 공장에 비정규직 노조가 만들어졌다. 파업과 해고, 그 과정에 온갖 폭력이 잇따랐다. 누구는 목을 맸고, 또 누군가는 제 몸에 불을 붙였다. 노동부는 2004년, 대법원은 2010년 현대차의 불법을 확인했다. 이후로도 불법파견 판결이 연이었다. 그리고 2020년, 노조 조끼 입은 사람들은 여태 길에서 불법파견 인정과 법원 판단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느라 목이 쉰다. 오래 묵은 뻔한 말을 재차 하느라 비에 젖은 마스크를 잠시 내려 쓴다. 거기 노동청 앞길에 상생 협력의 노사문화 정착에 기여한 유공자를 찾는 현수막이 펄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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