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최근 몇 주간 ‘코로나 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합의 최종안’의 승인 여부로 민주노총 안팎이 소란스럽다. 더구나 지난 20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개한 동영상으로 논란은 더 커졌다.

그 영상은 ‘김명환 위원장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라는 의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최종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중앙집행위원들이 중집회의의 사실관계를 편집해 선거운동 하듯이 세몰이를 하면서 기자회견까지 강행하니 위원장도 초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의 선택에 대해서는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명한 몇 분을 제외하고 최종안에 호의적이었고 수정·보완을 통해 추인하자는 태도였던 중집위원들이 다음날부터 180도 변해 전면 반대라며 모든 책임을 위원장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10만 조합원의 서비스연맹 위원장이자 민주노총 중집위원으로서 현재 상황 때문에 상처 입은 조합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데도 이번 최종안에 대해서 폐기를 주장하는 동지들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내용상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부족하니 그것을 폐기하고 투쟁을 조직해 돌파하자는 주장은 본인들이 추상적이라고 비판하는 최종안보다 더 추상적이다.

단위 사업장의 노사합의도 목표를 100% 달성하는 일은 거의 없다. 준비나 힘이 부족하면 전술적으로 후퇴도 하고, 내용상 부족함은 차기 교섭에서 보완한다. 교섭으로 안 되면 투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전술의 기본이다. 이번 최종안 역시 마찬가지다. 부족한 것은 인정하고 성과는 디딤돌 삼아서 다음 교섭과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투쟁을 우선하지 않으면 패배주의·협조주의라고 하는 것이나, 문재인 정부의 선의에 기대어 사회적 대화를 한다는 주장 모두 자랑스러운 민주노총의 역사와 자주성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정권에게 한자리 받기로 했다는 식의 얘기 역시 민주노총이란 조직과 위원장을 직접 선출한 조합원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 식의 인신공격으로 조직 위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최종안 내용과 민주노총의 전망을 놓고 토론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솔직히 인정하자. 최종안에 ‘해고금지’가 없다는 것은 중집위원뿐만 아니라 초안을 봤던 모든 산별연맹과 지역본부 정책담당자가 지난달 중순부터 알고 있었다. 여타 조항에서는 판단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해고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이것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도 조악하고 비겁하다.

노사정이 해고금지에 합의한 이탈리아 사례를 보자. 셧다운이었던 2월부터 60일 동안 일시적으로 해고금지를 하고 이후에는 고용유지와 사회안전망 확대, 산업개편에 더 집중하고 있다.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가 시작된 5월 중순에는 이미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은 후였다. 그렇기에 민주노총의 역할은 폐업으로 인한 해고와 위기를 악용하는 정리해고를 막는 것이었다. 이를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정부 차원의 고용유지지원 확대·연장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 파견·용역 같은 미조직 간접고용 노동자도 고용유지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이후에 발생할 쓰나미에 대비하고자 했다.

다른 쟁점 중 하나인 ‘노동위원회를 통한 휴업수당 감액 절차’와 관련해서는 노사 양측이 모니터링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현행법상 사문화된 조항을 사용자들이 마음대로 휘두르게 하는 것보다, 이렇게 공식화해 노동위원회가 분명한 기준을 세우게 하고 노조가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개입해 보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개악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가.

이달 8일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기반으로 발의했다. 이마저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무제공 실질이 아니라 계약체결을 기준으로 하고 직종별로 적용하려는 등 한계가 있다. 그런데 전 국민 고용보험이 ‘지금 당장’ 도입되지 않는다고 합의를 폐기하면 우리 손에는 요구안만 남게 된다. 민주노총의 목표가 요구를 선언하는 것에 있지 않고 실현하는 데 있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은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처음으로 팔뚝질을 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의 마음을 기억한다. 그 두근거림을 시작으로 민주노총이라는 이름에 웃음과 눈물, 피와 땀을 묻혀 오며 사랑의 마음을 키워 왔다. 이렇게 공개적인 비판과 논쟁을 할 수 있는 것도 모두 민주노총을 사랑하는 100만 조합원의 마음과,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그 결과에 승복하자. 그리고 과정에서 발생한 서로의 아픔은 보듬어서 단결의 기운을 더욱 고조시키자. 그 힘으로 하반기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으로 달려 가자. 그 전에 모든 대의원과 조합원 동지들께서는 다시 한번 최종안을 정독해 주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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