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공파트너스에서 보고된 직장내 괴롭힘을 고발했다. <정소희 기자>
A(52)씨는 7년간 일하던 회사를 이달 초 그만뒀다. 관리자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사실을 알렸지만 관리자는 되레 가해자인 현장소장에게 A씨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일러 줬다. A씨는 중진공파트너스㈜ 진주사업장에서 일하는 시설관리 노동자다. 중진공파트너스㈜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출자해 2018년 6월 설립한 자회사다.

원래 용역회사 소속으로 매년 재계약을 걱정했던 그는 2018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돼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현장소장의 갑질은 계속됐다. 회식 후 호의로 시작한 ‘운전기사 노릇’은 어느새 소장의 아침 호출로 이어졌다. 소장은 진주에서 왕복 1시간 거리인 사천까지 그를 불렀다. A씨는 “1시간 일찍 일어나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그를 데리러 갔다”며 “소장 딸 등교도 시켰다”고 증언했다.

폭언이나 무시 발언은 일상이었다고 한다. A씨는 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 “만취한 소장이 찔러 죽인다고 했다”거나 “여러 사람 앞에서 ‘여기 6년 넘게 있었으면서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냐’는 식으로 망신 주기를 했다”고 썼다. 동료들도 사실확인서를 함께 제출했다. 사실확인서에는 “소장이 마음대로 조직도를 변경했다”거나 “회식을 강제하거나 소리 지르는 일이 자주 있어 휴대전화에 있는 녹음기를 켜고 회의하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참다못한 그가 지난해 사직서를 제출하자 소장은 집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논의 끝에 복직했지만 관리부장이던 그가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 생겼고, 경비는 자동차를 입구부터 막았다. A씨는 “현장소장은 자기가 회사 대표와 동등한 위치라며 올해만 해도 7개월간 4번이나 조직도를 바꿨다”며 “관리부장이던 내가 시설주임으로 직급이 낮아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문고로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진상조사나 보호 조치는 없었다.

공공운수노조와 중진공파트너스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피해 사실을 알고도 최소한의 피해자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명진 노조 조직국장은 “조사위와 이후 인사위원회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절차와 조사가 투명하게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회사와 노조가 각각 2명씩 추천해 외부위원들을 포함해 조사위를 꾸리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중진공파트너스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소장은 현재 문제가 된 내용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상급단체가 아닌 지부 위원 1명과 회사측 1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려 했다”고 답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요구에는 “사실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피해자 보호 조치는 보류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호영진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피해 사실이 입증되기 전이라도 근로기준법 76조의3(직장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3항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는 등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며 “이와 같은 조치는 괴롭힘 조사에 있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전했다. 호 노무사는 “노조는 진상규명뿐만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나 방침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로 조사위 인원을 늘려 철저히 조사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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