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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재학 PD의 황망한 죽음, 그리고 ‘노동자’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지난 2월4일 CJB청주방송에서 14년 이상 정규직처럼 일했던 소위 ‘프리랜서’ PD가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하자 억울함을 남긴 채 짧은 생을 마감했다. 고 이재학 PD의 황망하고 뼈아픈 죽음. 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지난 6개월의 시간은 잔인했다.

2. 프리랜스(freelance). 중세 어떤 영주에도 소속되지 않은 용병(창기병·槍騎兵)이다. 현재 자유계약 소득자로 칭해지는 프리랜서는 자신의 이름을 배반한 지 오래다. 많은 프리랜서가 허구적인 ‘자유’ 대신 ‘종속적인’ 노동자 지위를 요구하는 역설이 이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3. 근로기준법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2조1항1호)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2조1호)로 노동자 개념을 정의한다.

또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에게 고용된 사람과 취업할 의사를 가진 사람’(2조4호)으로 노동자를 정의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기법상 노동자와 구별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를 노동자로 간주하면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산재보험법의 적용 제외 신청을 할 경우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125조1항·2항).

이처럼 각 노동법은 법의 목적과 취지 등을 고려해 노동자의 개념을 조금씩 달리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노동자 개념을 고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이다. 과거 개별법과 집단법에 규정된 노동자 개념 이외에 산재보험법에 새롭게 도입된 위 개념은 근기법상 노동자와 구별하면서도 산재보험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입법기술적으로 도입한 개념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를 새로운 노동자 개념의 창설로 보기는 어렵다.

4. 작금의 현실은 전통적인 노동자 개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 사용자에 전속돼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하에서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전일제(full-time) 근무를 하는 과거 전통적인 노동자상은 이제 더 이상 전형적인 것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자는 물론이거니와 전속성의 양태와 정도, 지휘·감독의 방식과 정도, 계약형태, 종속성과 독립적 요소(사업자적 요소)의 혼재 등 과거의 노동자 개념에 대한 해석론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 버거운 시점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현실 변화를 담아 낼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둘러싸고 노동자의 본질적인 개념 요소(사실 이에 대한 입장 차이도 존재하지만)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노동자의 개념 정의를 새롭게 확대·정립해 앞서 언급한 다양한 노동의 실질을 ‘노동자’라는 그릇에 담아 노동법을 적용받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 노동자로만 포섭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개념을 도입하되 각종 노동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 노동자와는 구별되므로 노동법적 보호가 아닌 경제법적 보호를 포함해 다른 차원의 규범적 보호를 모색하는 것까지 다양한 논의가 있다.

그런데 노동자의 개념 정의는 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과거의 전통적인 개념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현실 변화를 제대로 담는 온전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제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개념 정립이 시급히 요구된다.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 같은 것은 이제 더 이상 특수하거나 이질적인 노무제공 형태가 아니다. 현재의 해석론을 통해서도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겠으나, 이제는 노동자 개념의 새로운 정립을 통해 이들을 노동법 영역으로 포섭해야 한다. 특히 법이 모든 계약관계를 규율할 수는 없으므로 노동자의 단결로 힘의 균형을 통해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집단법 영역에서 노동자 개념을 확대·재정립하는 것은 우선적 추진해야 할 핵심과제다.

이와 관련해 근기법과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바 있고,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차별금지법안에 노동자 개념을 확대 정의하는 내용을 담아 국회에 입법 권고를 했다.

5. 고 이재학 PD. 그는 ‘노동자’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그토록 싸웠는지 모르겠다. 진상조사를 통해 고인이 노동자이고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실과, 이러한 진실이 사측 관계자들의 위법하고 부당한 진실 은폐행위로 왜곡됐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고인은 단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이 더 이상 자신과 같은 고통과 억울함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싸움을 했다. 이제 그는 없지만 그가 남긴 숙제가 우리 앞에 남아 있다.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하루빨리 그의 영전에 ‘노동자’ 명패를 올리고 싶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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