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8천720원(1.5% 인상)으로 결정됐다. 88년 최저임금제도를 시행한 이래 최저 인상률이다. 지난해부터 넓어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감안하면 인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박근혜 정부(7.4%)와 거의 같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현 정부 공약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최저임금제도 취지와 목적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 최저임금 결정 방법·구조와 같은 제도개선 문제, 최저임금과 떼어 놓고 얘기할 수 없는 불공정거래 개선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제도 그 생명을 다했다
김연홍 민주노총 기획실장

▲ 김연홍 민주노총 기획실장

최저임금은 헌법 32조1항에 근거해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결정기준인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기준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전원회의 첫날 위원장 발언에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만이 화두가 됐다. 경제위기의 근거로 월별·분기별 변하고 있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들었다.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경제위기 상황에서 최저 사회안전망으로서 최저임금의 중요성, 내년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임금주도·소득주도 성장의 중요성,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이전 경제위기 때와는 달리 저임금 노동자에게 직접적이고 가공할 충격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역설해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공익위원들이 2021년 최저임금을 1.5% 올리자고 결정을 한 지금, 최저임금위를 통한 결정제도는 균열과 함께 한계를 분명하게 노정했다. 더 이상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 아래 최저임금위를 마치 충분한 협의를 통한 의결기구인 것처럼 포장할 이유가 사라졌다.

최저임금제도 자체 개혁이 필요하다.

운영 방안만 놓고 보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다. 우선, 정부와 전문가(공익위원)로 구성된 최저임금 결정위원회가 심의해 법정임금으로서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공연히 노사 협의를 충분히 하라는 식의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낭비할 이유가 없다.

두 번째는 현재 9인으로 구성된 공익위원 추천권을 노사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정부 추천권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리고 노사가 일종의 임금교섭이라는 형식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에 현재 9인으로 운영되는 공익위원에 비하면, 정부추천 위원의 역할은 중재 혹은 협의 촉진이라는 공익위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방식도 물론 한계가 있다. 찬반이 노사 동수로 결론을 내리지 못할 경우에 막판 결정권은 공익위원에게 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두 번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파행으로 가면, 첫 번째 방식처럼 정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최저임금 결정위에서 최저임금 취지에 충실하게 결정하도록 하자. 괜스레 최저임금위에 노사 양측을 불러 힘 빼지 말자.

노사 극단적 대립의 장, 결정체계 바꿔야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 하상우 한국경총 경제조사본부장

최저임금을 임금으로 주는 분들도 어려운 계층, 임금으로 받는 분들도 어려운 계층이다. 삭감되면 기존 노동자의 임금이 삭감될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신규 노동자는 적용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위 논의 당시 삭감안을 제시하면서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 최저임금 1.5% 인상은 경제상황과 근로자들의 어려운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최저임금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봐도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이런 상황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기가 결합해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판단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개선 과제다.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 위치에서 결정하는 구도가 반복하고 있다. 노사갈등이 없었던 해가 없다. 최저임금위에서 소모적 논쟁이 이뤄지는 면이 있다. 책임 있는 주체가, 특히 정부가 노사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객관적 수치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방식이 더 객관적이다.

지난해 정부는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전문가가 인상률 구간을 설정하고, 노사가 이 바탕 위에서 논의하는 형식이다. 정부가 결정하도록 하자는 주장, 현재 제도를 유지하자는 의견의 중간 즈음에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나 공익위원들이 경제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책임 있게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이지만, 그게 어렵다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라도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하다못해 이렇게라도 개선해 노사 양측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사망 선고, 제도개선보다 목적·취지 바로잡아야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차장

▲ 유동희 한국노총 정책1본부 차장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8천720원(1.5% 인상)으로,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됐다. 88년 최저임금제도 시행 이후 최저수준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제도 사망 선고라고 규정하고 총사퇴했다.

올해 최저임금 협상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지표 악화로 어느 때보다 난항을 겪었다. 사용자 위원들은 최초 요구안에 이어 수정안까지 삭감안을 내놨다. 반발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위원들은 협상 불참을 선언해 노사갈등이 극에 달했다. 계속된 난항으로 한국노총은 공익위원이 합리적 수준의 인상률을 제시하길 기대했지만, 공익위원은 1.5%라는 참담한 인상률을 내놨다.

문제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자의적인 결정기준이다. 공익위원은 1.5%의 인상률의 근거로 올해 물가인상률 전망치 0.4%,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그리고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 1.0%가 더해진 수치라고 했다. 이 중 노동자 생계비 개선분의 1.0%는 이해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비혼 단신생계비는 218만원 정도로, 현재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약 179만원 대비 40만원가량 높다. 2018년에 비해서도 8.4% 증가한 금액이다. 한 공익위원은 과거와 현재의 최저임금을 야구공과 농구공에 빗대 ‘사이즈’가 다르다며 인상률이 결코 낫지 않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인상액으로 봐도 이번 130원 인상은 최근 20년을 통틀어 두 번째로 낮은 금액이다.

협상 이후 일각에서 최저임금위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목소리가 나온다. 2010년 이후 노사공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뢰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며 자신 있게 최저임금 1만원을 내걸었던 현 정부는 공약은 지키지 않은 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체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또다시 최저임금제도 개악을 시도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노사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공익위원 위촉, 노동자 가구생계비 반영 등 최저임금제도 본래 목적과 취지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는 최저임금보다는 대·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거래 영향이 더 크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여실히 드러났는데도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에 모든 양보와 희생만 바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최저임금위 이원화보다는 지표를 정비해야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실질적으로 2021년 최저임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명목경제성장률에 1%를 더한 것인데 1%는 산입범위 조정분으로 매년 1% 인상요율이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 개선 과제 중 가장 급한 것은 공표 시기를 12월로 조정하는 문제다. 1988년부터 1993년까지는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로 최저임금을 적용해 공표를 12월에 했다. 그런데 이후 1994년부터 2005년까지 9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돼 공표날짜가 8월5일로 바뀌었다. 2005년 이후 다시 적용시기가 1월1일부터 12월31일로 바뀌었는데, 공표시기는 여전히 8월5일이다.

최저임금을 심의할 때 정보가 빨라도 작년, 늦으면 재작년 지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당시 상황을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 공표시기와 결정시기 간 6개월의 간극이 있다 보니 불필요한 논쟁이 최저임금 결정된 뒤에도 지속된다. 최저임금은 강행규정이라 논쟁이 어려운데도 그렇다.

현재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 4~5가지가 있는데,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가이드가 없어서 제대로 이용이 안 되고 있다. 펼쳐 놓고 이야기를 하다가 논의를 덮는다. 나중에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그것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독일은 협약임금 인상률이라는 가이드 요소가 있다. 나머지 요소로 위와 아래 중 어디를 정할지 결정된다.

우리 최저임금위는 지금까지 파행적으로 운영돼 왔다.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으로 노동부가 지난해에 제안한 입법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방식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몇 가지 지표와 가이드 지표를 정비하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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