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자체와 정부에 급식노동자들 온열질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때 이른 폭염으로 6월 기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지난달, 급식노동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온열질환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73.2%는 교육청이 학교에 온열질환 예방지침을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다. 교육당국의 무대책에 급식노동자들의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급식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완화대책과 폭염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서울·전남·부산·인천·충남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노조는 지난 8~10일 사흘간 유·초·중·고등학교와 기관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 4천62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조리실무사(81.8%)·조리사(16.1%)·영양사(2.1%)가 응답했다.

혹서기 근무, 인력부족해 온열질환 위기 급증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51)씨는 9년차 조리실무원이다. 박씨는 “수도권 중학교는 학생이 3분의 1만 등교하는데도 모든 학생들이 등교하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방역대책이 늘어 쉬는 시간 없이 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쳐 냉방이 필요한데 냉방기를 틀지 못하거나 점검도 되지 않은 환기시설이 있는 곳이 급식실”이라며 “가스 사용으로 두통이나 구토증세를 호소하며 높은 노동강도를 온 몸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다른 조합원은 평소 오후 1시쯤 점심식사를 했지만, 지금은 오후 2시가 넘어야 식사를 한다”며 “여유시간이나 식사시간이 보장되지 않아 너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급식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노동강도가 더 강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조사 결과 76.5%의 응답자가 노동강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지난 5월부터 학년별로 등교개학을 시작했고, 각종 방역대책이 늘어나 급식실 업무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칸막이 설치나 마스크 착용 강화뿐만 아니라 배식기준도 강화했다. 그런데 급식도우미 같은 인력채용은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76.5%였다.

높은 노동강도는 온열질환과 직결된다. 노동자들은 “예방대책 마련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냈다. 7~8월 혹서기 근무로 인해 본인이나 동료가 온열질환을 겪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46.4%였다. 이들 중 48%는 두통·피로·현기증을 호소했고, 35%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탈수증세를 겪은 사람도 17%였다.

하지만 이들 중 73.2%가 급식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지침을 받아보지 못했다. 노조가 지난해 발표한 ‘학교급식실 산업안전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3천56명 중 43.3%가 냉·난방 시설이 미비하다고 답했다.

노조는 교육당국에 “코로나19로 늘어난 배식업무를 지원할 한시적 인력충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급식실 크기에 맞는 용량의 냉방기 설치와 노후화한 시설 교체도 제안했다.

열사병 예방수칙은 야외작업자 중심
실내 근무자 대책 절실


노동부는 지난달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으로 물·그늘·휴식을 꼽았다. 옥외작업 사업장 지도와 감독을 강화하고, 안전보건공단과 예방을 위해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정부가 발표한 지침이 섭씨 40~50도에 육박하는 실내 환경에서 조리하는 급식노동자들의 온열질환 대책이 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이희원 영양사는 “어제와 그제 오후 3시에 행정실에서 체온을 재니 37.2도로 나왔다”며 “학교 내 어느 곳보다 습하고 실내온도가 높은 곳이 급식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남 노조 충남지부장은 “튀김류는 여름에 피하라는 교육청 지침이 내려와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학교마다 상황이 달라 교육청에 적극적인 지도관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노동자와 관련된 폭염 대책이 주로 옥외노동자 중심으로 설계돼 급식노동자나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노동자에게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당이나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노동자가 겪는 온열질환은 주로 경미한 증상이고 상시적이라 작은 사건으로 치부된다”며 “하지만 고용형태나 노동환경이 쉽게 변경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사망 같은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단순히 일기예보 기준으로 대책을 세우기보다 일하는 노동자가 있는 현장 온도가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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