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30원(1.5%) 오른 8천720원으로 결정됐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은 2만7천170원이 인상돼 182만2천480원이 된다.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지는 상황을 반영하면 삭감과 다름없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평균인상률도 급락해 박근혜 정부 수준과 비슷해졌다.

“역대 최저가 아니라 최악이라 불러야 마땅”
산입범위 확대로 일부 노동자 임금삭감 우려


최저임금위는 14일 새벽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이 제출한 1.5% 인상안을 투표 끝에 가결했다. 지난해 2.87% 인상률은 물론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2.70%)과 2009년 금융위기 당시(2.75%)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다. 한국노총은 “최저가 아니라 역대 최악이라 불러야 한다”고 평가했다.

130원(1.5%) 인상안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보다 도리어 삭감된 임금명세서를 받아드는 사업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위가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축소되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개정한 최저임금법으로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일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실질인상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는 월할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 월 환상액 15%를 뺀 금액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복리후생비도 3%를 제외한 금액이 포함된다.

복리후생비로 식대 10만원을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내년 5만4천674원(182만2천480원의 3%)을 뺀 4만5천326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1.5% 인상으로 월급은 2만7천170원 인상되는데 산입범위 확대로 삭감되는 금액이 더 크다. 식대·교통비로 20만원을 받는 노동자는 14만5천326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두 사례의 실질임금을 계산하면 올해보다 각각 1.0%, 6.6% 줄어든다. 정기상여금이 있는 노동자 삭감 폭은 이보다 더 커진다. 월할상여금이 27만3천372원(182만2천480원의 15%)보다 많으면 임금이 또 깎인다.

2018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인상 축소 효과를 고려해 인상률을 1%포인트 올린 10.9%로 결정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권순원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물가상승률 0.4%, 근로생계비개선분 1.0%를 합산했다”고 인상률 산정 근거를 제시했다.

낮은 인상률,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할 듯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시장 양극화를 심화하는 요인으로도 작동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임금결정현황조사(옛 임금교섭타결현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협약임금인상률은 3.9%다. 최저임금 인상률 2.87%보다 높다. 조직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 노동자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올해 협약임금인상률은 1~2%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률 1.5%와 차이가 없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최저임금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 문제를 최저임금위 결정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공익위원안 논의시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말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임기 내 달성도 완수하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2022년에 1만원이 되려면 내년에 1천280원(14.7%)을 올려야 한다. 이 정부 집권 4년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은 7.7%다. 박근혜 정부 4년은 7.4%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인상률이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두 정부 간 인상률 격차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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