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혐의 고소인측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애도의 시간은 가고 진실의 시간이 다가왔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13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온라인으로 엄수됐다. 이날 오후에는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진실의 시간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2차 가해와 정치공방 등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유족 대표 “다시 시민이 시장입니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서울시청 다목적홀로 이동해 간소하게 영결식을 치렀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공동장례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사에서 “지금은 애도의 시간”이라며 “항상 놀라고 탄복한 것은 끊이지 않게 샘솟는 창의적 발상과 발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이 되게 만드는 당신의 실천력과 헌신성이었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권변호사에서 서울시장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 크다”며 “그 열정만큼 순수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인 서정협 행정1부시장은 “지난 3천180일간 박 시장이 올곧게 지킨 시민의 길은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변화시킨 표준이 됐다”며 “시민이 시장, 사람중심 도시라는 박 시장의 꿈을 흔들림 없이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인의 딸 박다인씨는 유족 대표 인사에서 “아버지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지만 서울시민이 꿈꾸던 행복하고 안전한 서울을 여러분이 시장으로서 지켜 달라”며 “다시 시민이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장례위는 영결식이 끝난 뒤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해 화장절차를 마친 뒤 고인의 선영이 있는 경남 창녕에 묘소를 마련했다.

고소인측 “권력·위력에 의한 성추행”

영결식이 끝난 뒤에 고소인측은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고소인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비서직 수행 4년간은 물론 다른 부서로 발령 난 뒤에도 시장 집무실과 시장 집무실 내 침실 등에서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은 입장문을 통해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며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미경 성폭력상담소장과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전형적인 권력과 위력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규정한 뒤 “피고소인이 망인이 됐다고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고 의심했다. 이들은 “경찰이 그간 조사내용을 토대로 사건의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서울시는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히라”며 “서울시와 정부, 정당, 국회가 제대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게 시민과 힘을 합쳐 행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상황 유출 논란 ‘정치공방’ 가열

정치권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고소인 수사상황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공방에 시동을 걸었다. 미래통합당은 논평에서 “경찰은 약자가 아닌 강자의 편에 섰는지, 유출의혹의 실체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수사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상부를 거쳐 피고소인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다”고 했다. ‘상부’로 지목된 청와대는 펄쩍 뛰었다. 강민석 대변인은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피해호소인을 비난하는 2차 가해를 중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전략회의 뒤 “피해 호소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브리핑에서 “피해자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진상조사와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경찰은 기존 조사내용을 토대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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