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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문제 진단과 처방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경실련이 지난달 23일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52%에 달했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에 비해 올해 5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한 채당 3억1천400만원(52%)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근거로 이 발표가 “사실과 다르다”고, 2017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의 서울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14.2%라고 반박했다. 이 두 가지 발표 가운데 누구의 발표에 더 신뢰가 가는가.

이 발표를 계기로 문재인 정권 차원에서 주택문제에 비상이 걸렸다. 대통령이 지난 2일 직접 국토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긴급보고를 받고 대책을 지시했다. 이 지시에 따라 10일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7·10대책)을 발표했다. 6·17대책 발표 후 3주 만에 스물세번째 대책을 내놓은 것인데, 문제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

필자의 역량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세부적인 대책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관료나 전문가들의 틀에 박힌 처방보다 더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문제에 대한 대책이나 처방을 잘 내놓으려면 문제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그리고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봐야 한다. 주택문제란 무엇인가. 주택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주택소유 문제이다. 둘째는 주택가격 문제이다. 셋째는 주택임대차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따라서 이 문제들의 해결 또한 밀접하게 연관지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현재 주택문제와 관련한 담론에서 주택 소유 문제는 먼 뒷전에 밀려나 있다.

대한민국 주택 문제의 으뜸은 다주택과 무주택이 병존하는 문제,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 집을 갖지 못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젊은 세대가 그러하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는 N포세대가 돼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꿈도 희망도 포기한 절망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이나 부르주아 전문가들의 담론은 주택가격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수준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모든 국민이, 젊은 세대가 자기 집을 가질 수 있는가.

무주택자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주택이 부족해서 그런가.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100%에 가깝다. 그러므로 원인은 건축비에 비해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반면 중산층 이하 노동자·민중의 소득이 너무 낮은 것이다. 젊은 층의 경우 적정소득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너무 적은 것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엇인가. 모든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고 노동자의 소득을 대폭 높여야 한다. 동시에 주택가격을 땅값을 뺀 실건축비 수준으로 대폭 낮추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소유자 계급의 집단적 담합으로 강도 높은 규제정책을 펴도 땅값과 집값은 좀체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저런 규제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토지와 주택의 강제 재분배 정책이 불가피하다. 전태일을 따르는 민주노동연구소는 2007년 ‘연대사회건설 12대 강령 시안’을 발표하고 토론한 적이 있다. 그 아홉번째 항에서 주택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주거체계의 확립과 택지 국유화’를 제시했다. “모든 택지를 국유화하되, 1세대 2주택 이상은 조기에 국유화한다.” “정부는 이렇게 매입한 주택을 공공주택으로 전환한다. 그러면 전체 주택의 50% 이상이 공공주택으로 공급될 수 있다.” 등등.

다음은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주택가격 문제다. 주택가격은 왜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르는가. 투기를 비롯한 수요의 문제인가 공급의 문제인가. 대체로 자유주의자들은 수요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수구보수세력은 공급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필요라는 기준에서 보면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엄청나게 많다. 서울의 자가보유율이 48%라고 하는데 어림잡아 50%는 주택구입에 대한 잠재적 수요자다. 그러나 현실의 수요는 돈을 가진 사람의 유효수요다. 그런데 주택, 특히 아파트를 구매할 돈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무주택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유효수요의 많은 부분은 넉넉한 유휴자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순전히 투기적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집값 인상을 주도한다. 규제를 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말이 있는데, 투기가 아니면 이런 효과를 설명할 수 없다. 따라서 코로나19 대해 역학조사 하듯이 주택투기에 대해 철저하게 추적 조사해 밝혀내고, 투기를 바이러스처럼 퇴치대상으로 규정해 엄하게 징벌하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급은 어떤가. 서울과 수도권은 필요한 주택량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다. 서울은 주택보급률이 100% 이하이고, 살 만한 주택을 기준으로 하면 더 낮다. 이런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에 사람이 계속 모여들기 때문에 발생한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계속되는 상태에서는 추가 주택건축은 공급부족 문제는 해소하지 못하면서 투기만 부추길 것이다. 이런 인구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초국적 재벌의 초과잉 경제력집중 문제를 해결해야만, 삼성을 비롯한 독점재벌을 해체해야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의 절반이 무주택인 상태에서 임차인들의 고통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구의 서울·수도권 집중이 계속되고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부동산 투기를 재테크로 간주해 이에 동참하고 있는 현실에서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면 전월세가 상승하면서 대중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태에서 임차인 보호법을 제정해도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지점에서 기분전환을 위해 엥겔스의 글 ‘주택문제에 대하여’에 나온 한 구절을 옮겨본다. “이러한 주택난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하나의 수단이 있을 뿐이다: 지배계급에 의한 노동계급의 착취와 억압을 전반적으로 제거하는 것.”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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