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명환 위원장의 소신 또는 독단, 그리고 왜!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김명환 위원장은 왜 이러는 것인가. 해고금지, 총고용 보장, 전 국민 고용보험제, 상병수당을 도입하자는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는 빠졌다. 기업지원은 확실한 반면 휴업수당 감액, 조업단축과 휴업 협조, 특수고용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은 특성을 고려해 유예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합의안에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다수가 반대했다. 현장교섭에서 합의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교섭을 다시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경우 사퇴로 이어진다. 노동운동의 교섭과 투쟁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1일 이후 노사정대표자회의 잠정합의안 폐기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철회를 요구하는 금속노조·공무원노조 등 산별노조 중집위원 성명에 이어 16개 지역본부 운영위의 공식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김명환 위원장은 임시대대를 열겠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집의 심의·의결 없는 개인 소신만 남았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민주노총 31인의 사무총국 활동가들까지 임시대대 소집을 재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훈수인가, 선동인가 

지난 7일자 매일노동뉴스에는 윤효원씨와 한석호씨의 글이 나란히 실렸다. 평소 두 분의 글이 노사협력·고통분담을 강조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7일의 글은 노골적이면서도 진부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을 지지하는 윤효원씨의 입장은 알겠지만 글 중반부에 “기업은 노동자의 적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도 ‘기업 죽이기’를 하는 노조는 없다”는 구절은 마치 경총의 노사관계지침서를 옮겨 놓은 듯했다. 합의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기업을 죽이자는 것이냐“ 고 반박하는 것으로 읽혔다. 그런 그의 표현방식은 이분법적 흑백논리이고, 논점 돌리기 수법이다. 윤효원씨는 그냥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 수 있다고 말하면 된다.

윤효원씨에게 복수노조·구조조정·정리해고에 맞서 몸부림치는 노동현장 답사부터 하길 권한다. 노동현장의 노동탄압, 열악한 노동현실 고발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 대의원·조합원에게 노사협력·고통분담에 나서라고 선동하는 것은 오만불손하다.

한석호씨는 이번 노사정대표자 합의가 부족하지만 의미 있으니 승인하라는 훈수를 뒀다. 한석호씨는 오랫동안 정규직이 양보해 연대기금이나 복지기금을 조성,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주장을 해 왔다. 비정규직·불법파견으로 이윤을 남기고 불법 분식회계로 경영권을 승계해 축재한 재벌과 싸우자는 내용은 없고, 입만 열면 정규직 양보로 비정규직과 차이를 좁히라고 반복하는 것은 자본의 주장과 꼭 닮았다. 한석호씨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기금을 모아 어려운 비정규 노동자를 지원하면 된다.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너무나 비(非)사회적인 대화, 반(反)노동자적 합의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다. 이를 극복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어떻게 40여일 만에 끝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간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원회·중앙집행위에서 민주노총의 요구, 정부의 방안, 경총의 입장에 대해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자고 끊임없이 주장했으나 거부당했다. 민주노총은 매 교섭에서 나온 요구와 주장을 공개하고, 교섭속보를 통해 현장과 소통했어야 했다. 그러나 교섭 과정에서 나온 세부안은 철저히 비공개였다. 회의 결과 정리와 언론브리핑은 고용노동부로 단일화했다. 노사정의 입장과 해법을 내놓고 그 흔한 공개토론 한 번 하지 않았다. 사회적 대화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비공개·밀실 대화였다.

재벌 곳간은 열지 않고, 휴업노동자의 수당을 내준 합의

민주노총은 절박하게 요구했다. 코로나19로 휴직과 해고로 내몰리는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서 재난기간이라도 해고는 하지 말자고,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예외 없이 도입하자고, 아프면 쉴 수 있는 상병수당을 도입하라고.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안에는 이 핵심 요구가 빠진 반면 휴업수당 감액과 조업단축 휴업에 노동계가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경영계의 책무는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뿐이다.

민주노총 교섭단은 6월 말 타결이라는 정부일정에 쫓기면서 연일 교섭을 진행했다. 중앙집행위는 구체적 교섭안을 보고받지도, 심의하지도 못하고 최종 합의안을 보게 됐다. 1일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리는 노사정 협약식 일정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할진대 민주노총의 절박한 요구는 외면하고 독소조항이 포함된 합의안을 두고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에 다름 아니다. 민주노총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노사정 대화가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책임이 없지 않다. 김명환 위원장에게 지난 2년 반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했던 임원으로서 정중히 권고한다. 가장 좋은 해법은 위원장이 스스로 합의안 폐기를 선언하고, 중앙집행위와 가맹 지역본부 간부, 100만 조합원과 함께 노동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에 나서는 것이다. 격변과 대전환의 시대, 하반기를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의 시간으로 만들자고 간곡히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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