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도3690 출입국관리법위반

1.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화장품 용기를 만드는 제조업체 A사 대표이사다. A사는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를 받은 인력파견업체 B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해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아 왔다. 피고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A사는 2019년 기준 사원수 100여명, 매출액 588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인력파견업체 B사는 개인사업자로 전년도 매출액은 확인할 수 없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2020년 기준 임금체불사업주로 등재(체불액 3천900만원)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취업하려면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출입국관리법 18조1항). 누구든지 체류자격을 갖지 않은 사람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18조2항). 이를 위반해 취업활동을 한 외국인은 강제출국 대상이 되며(46조1항8호), 취업활동을 한 외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고용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94조). A사 대표이사인 피고인은 인력파견업체 B사에서 취업자격이 없는 태국인 노동자 40명을 약 1년8개월(2015년 1월1일께부터 2016년 8월22일께까지)동안 고용했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2. 판결의 경과

이 사건 원심은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①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 체류 관리를 위한 법으로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과는 입법목적이 다르므로 출입국관리법의 ‘고용’은 근로기준법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근로관계’와 같이 넓게 해석할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 회사가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공급받아 사용했더라도 이는 외국인을 ‘고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② 인력공급업체인 B사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상실해 A사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어서 A사와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도 없으며 ③ A사와 인력공급업체 B사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질적으로 파근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2조1호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하며 인력공급업체 B사가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자격을 허위로 통보해 사용사업주인 A회사로서는 파견노동자의 체류자격을 알 수 없었다면서 피고인은 출입국관리법 18조에 따른 불법고용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1부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파견법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사용사업주라고 정의하고(2조 4호),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일부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으나(34·35조), 출입국관리법 적용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이 없으므로 사용사업주인 피고인에게 출입국관리법 18조에 따른 불법고용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3. 문제점 

대상판결은 출입국관리법 18조 ‘불법고용’을 협소하게 판단해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아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게 한 사업주(사용사업주)는 불법고용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봤다. 출입국관리법의 입법목적과 해당 조항의 입법경과, 불법고용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부당한 해석이다.

출입국관리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용주의 ‘불법고용’을 근로기준법의 ‘근로관계’와 달리 축소해 해석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법무부는 외국인 체류관리와 내국인 고용시장 보호를 이유로 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해 왔다. 형식적인 도급계약을 이유로 자신의 사업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실제로 사용한 사업주를 불법고용 처벌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은 출입국관리법 입법목적에 위반된다. 법령의 개정 경과를 보더라도 해당 규정은 1984년 시행 출입국관리법에서부터 이미 ‘고용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제15조)’고 규정해 근로기준법(97년 제정)에 따른 근로관계가 입법되기 이전부터 규범으로 존재했다. 1993년 출입국관리법이 전면개정되면서 불법고용을 알선·권유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것으로 추가된 경과를 고려하면, 입법자가 해당 규정을 제3자로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공급받아 사용한 사업주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입법했다고 축소해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무엇보다 대상판결은 불법고용이 발생하는 원인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판결이다. 판결문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피고인 회사는 과거 출입국단속을 통해 외국인 불법고용이 적발된 사실이 있고, 이러한 책임에서 회피하기 위해 영세한 인력공급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결국 단속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는 강제 추방되고, 인력공급업체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실제 사용해 이익을 본 피고인 회사는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됐다.

불법고용 발생원인은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있다. 특히 사용자는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노동법을 회피할 수 있다. 업무숙련도와 의사소통이 원만하며, 무엇보다 자유롭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법고용 유인이 크다. 이러한 불법고용으로 발생한 이득은 영세한 인력업체가 아닌 실제 외국인을 사용한 사용사업주에게 귀속된다. 사용사업주를 규제해야 할 실질적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형식적인 계약관계를 근거로 불법고용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용사업주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줬다.

이번 판결로 외국인을 불법고용하고 있는 회사들은 불법고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단지 영세한 인력공급업체와 인력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으로 형사처벌을 회피하려고 할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쥐어짠 헐값 노동으로 인한 이윤은 사업주에게 더 많이 돌아가고 불법고용으로 인한 불이익은 영세 파견업체와 외국인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불법고용은 외국인 노동자 때문이 아니라 이런 판결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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