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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시간과 근로시간만도 대법원 판결을 받고서
▲ 김기덕 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오랫동안 기다렸던 판결이라서 더욱 기뻤다. 지난달 11일, 사용자 주식회사 만도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청구했던 임금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2001년 금속노조가 출범한 직후부터 금속노조 지부로서 중심에서 투쟁했던 사업장이었다. 그런데 2012년 사용자 자본의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순식간에 투쟁력과 조직력이 무너졌다. 기업별노조가 조직돼 활동하면서 이제는 민주노조로서 화려했던 투쟁은 과거의 일이 됐다. 그래도 소수지만 여전히 금속노조 간판으로 노조활동을 이어왔던 것인데, 바로 그 조합원들이 제기했던 통상임금 소송이었다. 소를 제기했던 조합원들 중 많은 이가 사측의 회유 등 이러저런 사정으로 취하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2년에 소송을 제기해서 2016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1심 판결을 받았고, 2017년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판결을 받았으며, 마침내 2020년 6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판결을 받았으니 약 8년 만에 노동자들의 승리로 마무리하게 됐다. 사건도 순조롭지 않았다. 1심에선 신의칙위반이라며 노동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실 이때문에 2심부터 내가 사건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겠다. 당초 다른 법률사무소에서 진행하던 사건이었는데 1심 판결 직후에 지부가 다급하게 찾아와서 사건을 맡겼던 것이고, 이에 따라 2심부터 대법원까지 사건을 진행해 왔다. 다행히도 2심 서울고법에서는 사건을 뒤집어 승소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사측이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번에 그에 따른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승소한다고 장담하며 안심할 수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직후 곧바로 지부에 소식을 알리고자 연락했더니 이미 알고 있었고, 당연한 승리로 여기고 있었다. 소송대리인인 변호사로서 나는 이러저런 법리적 쟁점으로 혹시나 하며 걱정했건만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측은 상고이유서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과 그에 해당하더라도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외에,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데 대해 그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서 연장근로수당을 산정해야 하고, 휴일로 규정하지 아니한 토요일 근로에 대한 휴일근로수당 청구는 부당하다는 등의 주장을 했던 터였다. 그렇기에 이런 사측의 주장들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답변서에 써 대법원에 제출하고서도 나는 대법원이 그 주장 일부라도 받아들여 파기환송 판결이라도 하면 어쩌나하고 혹시나 했던 거였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근로시간으로 인정했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이 아닌 그야말로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결할까봐 걱정이 됐다. 만도뿐만 아니라 기아차 등 많은 사업장의 경우에도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서 더욱 더 그러했다.

2. 만도의 단체협약은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08:30~12:30, 13:30~17:30) 중에 휴식시간 20분(10:30~10:40, 15:30~15:40)을 부여하고, 최초 2시간의 연장근로시간(17:30~19:30) 중 간식시간 10분(17:30~17:40)을 휴식시간으로 부여하며, 그 이후의 연장·야간근로시간 2시간에 10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측은, 이러한 휴식시간은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으니 연장근로시간 산정에서 이를 제외하고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해야 한다고, 1심에서부터 줄곧 주장하고 나왔다. 즉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에서 이러한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7시간40분을 근로한 것이니 기존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했던 연장근로시간에서 20분을 제외하고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도와 같이 오전·오후 등의 휴게시간에 관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오랜 기간 노조가 조직돼 활동해 왔던 사업장의 경우라면 이렇게 단협에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중식시간으로 활용되는 1시간의 휴게시간이 아닌, 오전·오후 등의 근무시간 중 10~30분 정도의 휴게시간에 관해서는 이를 근로시간에서 제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러한 경우가 문제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하고 있다(54조1항). 이 휴게시간에 관해 근로시간 8시간인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 부여는 통상 중식시간 등으로 1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도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도록 한 것이니, 이에 따라 오전·오후 등 근무시간 중에 일정한 휴식시간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은 이러한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급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바로 이러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시간의 법리로 사측은 주장했던 것이다.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해 왔음에도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추가 임금을 청구하는 것이니, 사측은 휴게시간도 법대로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3.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 실 근로시간”이라고 대법원은 판결해 왔다(대법원 2018. 6. 21. 선고 2011다11239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2. 10. 9. 선고 91다14406 판결 등 참조). 바로 이러한 판례 법리를 내세워 사측은 위와 같이 주장했다.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니 휴식시간은 이러한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무엇이 이러한 근로시간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사업장에 출근해서 근로를 제공한다. 여기서 근로란, 자주적으로 일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자주적인 노동이 아니라 사용자에 복종해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그 계약에 따라 사업장에 출근하는 것 자체가 이러한 근로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노동자, 즉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자유가 없다. 현실적으로 작업 수행을 하지 않는 시간이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복종해야 한다. 그리고 사업장에서는 작업을 쉬는 휴식시간이 있어도, 근로시간과 분명히 구분하기도 어렵다. 생산직, 육체 노동자가 자신의 몸뚱이를 작동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없다. 정신 노동자가 자신의 머리를 작동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근로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 만약 그 몸뚱이와 머리의 작동 시간으로 근로시간을 파악하게 된다면, 이 세상에서 근로시간으로 인정돼 온 시간은 대부분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런 식이면 도대체가 근로시간은 없다. 이런 식으론 도대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사업장에 출근해서 사용자에 복종하는 시간이면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근무시간 중간에 10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할 경우에 그 시간에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다음 일을 위해 현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전부다. 사용자의 통제 아래 사업장에서 벗어나서, 그야말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에서 벗어난 채 온전히 자신의 시간으로 자유롭게 보장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보자면,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근로자로 머무는 시간은 근로시간이라고 해야 할 것인데, 우리의 법과 법원의 판결은 그렇지 못했다.

4. 만도 사건에서 대법원은 휴게시간에 관한 사측의 상고이유는 인정하지 않았다. 근무시간 중간에 보장한 휴식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서 판결했다. 만도의 단협에서 8시간의 근로시간, 2시간의 연장·야간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대로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휴식시간을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라며 근로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물론, 이번 판결은 단협 등으로 휴식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왔으니 그에 따라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휴게시간 모두가 근로시간으로 인정돼야 한다는 판결은 아니다. 이번 판결의 법리를 확장 적용하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동자 권리를 위해 활동해야 하는 노동자, 노조는 그 판결에 주목해야 한다. 근무시간 중에 보장된 휴게시간이라도 이를 근로시간으로 단협 등에서 인정해 놓고 있다면, 법상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아직까지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면 당장 인정받을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이것이 이번 만도 사건 대법원 판결을 대하는 노동의 자세여야 할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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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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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eeo 2020-07-07 17:13:20

    단체협약의 세부적 내용을 살펴봐야 하겠으나,
    휴식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단협은 아닐 것임.
    아마, 단협에서 휴식시간을 유급으로 인정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사료됨.

    만일 단체협약에서 휴식시간(오전 오후 각각 10분)을 유급으로 체결하고 있는 상태에서, 연장근로시간을 2시간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 가능성이 높음. 왜냐하면 연장근로시간의 산정은 실제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1일 실제근로시간은 9시간 40분으로 산정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임.   삭제

    • 비로봉 2020-07-07 13:05:11

      잘났다
      임협에 도장 다 찍어놓고 뒤집는 건 정은이 수법아닌가   삭제

      • 노동21 2020-07-07 08:42:22

        혹시 기존에 대법원이 늘 판시해오던 "일정한 고정OT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면 그보다 미달되더라도 공제할 수 없다"는 법리에 기한 판결은 아닌가요? 단지 휴게시간도 근로시간으로 노사 당사자가 인정했기 때문에 판결이 그렇게 선고된건가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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