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8.12 수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연재칼럼 김형탁의 시절인연
노조기금을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 김형탁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노조가 자체적으로 적립하고 있는 기금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제안한다.

노조 자금은 안정적으로 운용되면서도 긴급한 자금 지출에 대비하기 위해 유동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수익성도 가볍게 생각할 수는 없지만, 역시 안정적인 운용이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노조기금 운용과 관련해 공공성 또는 연대성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말은 별로 들어본 일이 없다. 그것은 노조 간부들이 공공성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그간 노조기금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크게 고민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봉제인공제회 결성에 이어 노동공제회를 결성하기 위한 사업에 함께 하면서 무언가를 처음 시작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많이 느끼고 있다. 혹여 첫 시도가 실패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 졸임도 있고, 첫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생기는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특히 초기 자금 확보는 사업 실행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다.

작년에 이미 출범한 봉제인공제회도 그렇지만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동공제 사업도 마중물 자금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공익단체 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공공상생연대기금·우분투재단·금융산업공익재단처럼 노조가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기금이나 재단이 있지만, 이 자금을 활용하기에는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 더욱이 노조 독자의 기금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없다.

협동조합 같은 사회적경제가 발전한 사례를 살펴보면 초기에 가장 강조했던 활동은 교육이다. 하지만 그 다음으로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발전할 수 있는 초기 자금 형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스페인 몬드라곤의 경우 노동인민금고가 몬드라곤 협동조합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캐나다 퀘벡의 경우 노조도 노동자연대투자기금을 통해 사회연대경제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노동금고가 노동자 금융기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노동자 기금 또는 노동자금융이 없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경제, 연대경제 구상을 실현하는 데 있어 노조는 주요한 역할 주체에서 빠져 있다. 역할 주체에서 빠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업의 상상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 상상력의 빈곤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자산이 가진 위력은 누구라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스웨덴 임노동자기금은 비록 실현되지 못했다. 그 엄청난 위력을 자본측이 알았기 때문이다. 매년 임금인상분의 일정한 비율을 하나로 모아 내면 노동기금이 자본의 주요 자산을 장악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극력 반대했던 것이다.

노조운동이 스스로 형성한 자산의 위력을 제대로 이해했으면 한다. 그런데 기금형성을 외부 자원으로 충당하는 것으로만 사고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이미 기업별노조는 많은 기금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자산 위력은 분산돼 있지 않고 하나로 결합할 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노조는 스스로 가진 힘을 분산하고 있는 꼴이다. 이 분산된 자산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저 한군데로 모으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자산으로 만들기를 제안한다.

사회적 자산화는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약탈적 경제를 극복하고 연대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자산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일단 현재 기금으로 사회적 자산을 형성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자산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노조 기금의 사회적 자산화는 손쉽게 자금을 확보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핵심은 연대주의 실현을 위해 노조가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자금집행은 더욱 엄격한 원칙을 세워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당장 이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가능성을 확신 수준으로까지 높여야 움직일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디어 축적과 논의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지금 연대성 실현을 위한 여러 가지 구상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성장을 위한 훈련이라 생각한다. 이 훈련기간 동안 신뢰를 쌓을 수 있게 된다면 노조가 자주적으로 자산을 형성해 사회적경제 실현에 앞서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노회찬재단 사무총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형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