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달 30일 다섯 번째 ‘코로나19와 일의 세계’ 보고서를 냈다.

남북미 대륙이 가장 높은 수준의 사업장·노동자 제한을 가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에서 상황이 악화하면서 근로시간 손실이 예상보다 컸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에는 글로벌 근로시간 손실률이 5.4%였다. 전일제(full-time) 일자리 1억5천500만개가 사라졌다. 올해 2분기까지 누적 손실률은 전일제 일자리 4억개에 해당하는 14.0%였다. 남북미 대륙에서 근로시간 손실이 가장 컸다.

근로시간 손실 이유는 나라마다 달랐다. 근로시간이 단축된 나라도 있었고, “(노동자들이 임시 휴가에 들어가) 고용 상태지만 일하지 않는”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실업과 비활동으로 인해 근로시간 손실이 일어난 경우도 많았다. ILO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때 실업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코로나19 전염병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ILO는 코로나19가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에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했다. 어렵게 성취된 남녀평등 성과들이 무너질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이 문제가 노동시장 불평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성이 많이 일하는 서비스 부문이 위축됨으로써 여성 고용이 어느 시기보다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는 이전의 경제위기들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보건과 돌봄 관련 일자리 상당수를 여성이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의 무급 근무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LO는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 근로시간 손실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4.9%(1억4천만개의 전일제 일자리)에 이를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를 내놨다. 하지만 전염병 상황이 악화돼 2차 대감염(a second wave)이 일어난다면, 손실률은 11.9%(3억4천만개의 전일제 일자리)로 치솟을 것이라는 비관적 시나리오도 내놓고 있다. 전염병 확산이 제대로 억제된다면 2020년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낙관적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ILO는 보고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재정·통화·사회 보호에서 어떤 정책을 쓰느냐가 노동시장의 성과를 결정할 것이라는 게 ILO의 입장이다. 각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고, 정부 개입이 필요한 규모에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약계층과 심하게 타격 받은 계층을 지원해야 하고, 노동시장 결과물이 공정하게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제연대와 지원을 확보하고, 사회적 대화와 일터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 제정된 ‘일의 미래를 위한 백주년 선언(ILO Centenary Declaration for the Future of Work)’에 언급된 “사람의 능력, 일의 제도, 미래를 위한 괜찮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데서 인간 중심의 접근” 원칙을 참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국에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제노동기준인 ILO 기본협약 비준과 이행, 그리고 유급병가(paid sick leave) 도입 같은 사회보호 정책 확충이다.

윤효원 객원기자 (globalindustryconsul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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