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30일 오후 ‘각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노조의 대응, 향후 전망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임세웅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온라인 조직화 기회로 활용하자”

세계 돌봄노동자들이 입 모아 말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갑작스럽게 맞이한 코로나19로 인해 감염위험 노출, 갑작스러운 실직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각국 노동계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노동자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돌봄노동자도 감염위험에 노출

‘각국의 코로나19 상황과 노조의 대응, 향후 전망 화상회의’가 보건의료노조 주최로 30일 오후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스위스·이탈리아·호주·뉴질랜드 등에서 활동하는 보건의료·돌봄서비스노조가 참석해 각국의 노조활동 경험을 공유했다. 회의에서는 돌봄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겪은 문제점들이 부각됐다.

피에랑겔로 라이네리 이탈리아 서비스노조 조합원은 “간병서비스 분야 노동자들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있다”고 토로했다. 라이네리에 따르면 이탈리아에 있는 200만여명의 간병인 중 이주노동자가 142만8천여명으로 71.4%나 된다. 이탈리아는 유럽 최다 확진국인 데다 인구의 약 23%가 65세 이상이다. 간병인들이 감염 공포 등으로 계약해지되는 경우가 많다. 실직한 간병인 이주노동자들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국경봉쇄 명령 때문에 본국으로도 돌아가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일 국경 봉쇄조치를 완화해 유럽 국민에 한해 입국 제한을 풀었다.

키르스티 맥컬리 뉴질랜드 돌봄서비스노조 조합원도 돌봄노동자들에게 개인보호장구(PPE)가 지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뉴질랜드는 방역에 비교적 성공했다고 평가받지만, 돌봄노동자들은 하루 10곳 이상도 방문하는데 장갑과 마스크 같은 개인보호장구가 지급되지 않았다”며 “개인보호장구를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만나진 못해도 단결할 수 있어”

세계 돌봄노동자들은 “코로나19 시대 감염병 문제는 모두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문제이며, 코로나19 시대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들을 조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병 문제는 각국이 각자 해결할 수 없고, 전 세계 인류가 함께 힘을 모아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아드리안 더치 국제사무금융IT노조연합(UNI) 보건분과 국장은 온라인 노조 조직화 활동을 소개했다. 더치 국장은 돌봄노동자를 위한 행동의 날을 조직했고, 행동주간 등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했다. 그는 “전 세계 조직화를 지원하고 있는데, 필리핀과 인도·네팔 등에서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키르스티 맥컬리 뉴질랜드 돌봄서비스노조 조합원은 “노조가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재빠르게 (노동자들을) 조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들끼리 힘을 합칠 수밖에 없었다”며 “이 기회를 통해 조직화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다가가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만날 수는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 단결과 연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1일 2차 화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 간호사연대·국립대만대학병원노조·말레이시아간호사노조·태국간호사노조·인도네시아 제약보건노조가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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