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리스행동 등 9개 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지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2020년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소희 기자>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거주하는 김아무개(53)씨는 지난달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지원사업인 특별자활근로에 참여했다. 서울의 한 노숙인복지시설에서 하루 5시간, 한 달에 15일 동안 일해 72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다. 월세 20만원, 통신요금과 공과금을 내고 나면 40만원이 남았다.

건강이 좋지 않아 다른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그는 지난주 이 일을 그만뒀다. 서울시가 하반기부터 하루 노동시간을 줄여서 월급이 20만원 정도 깎이기 때문이다.

7월부터 적용되는 개편안에 따라 월급이 50만원으로 깎이면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시청의 다른 공공근로사업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시 담당자가 “코로나19로 공공일자리 수요가 높아 탈락할 수 있다”고 말해 막막한 심정이다.

시민·사회단체 반발 확산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노숙인 일자리를 쪼개는 내용의 서울시 하반기 노숙인 일자리 개편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서울시의회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본지 6월17일자 11면 ‘주휴수당 안 주려고 서울시까지 쪼개기 고용’ 기사 참조>

홈리스행동을 포함한 9개 단체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지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울시에 ‘2020년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4일부터 서울시장 공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포함해 릴레이 행동을 하고 있다.

김씨는 간담회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서울시는 제발 먹고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내 노숙인 복지시설에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을 비공개로 발송했다. 이 개편안은 일자리 참여자수를 보전한다는 이유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노동시간을 축소한 것이 주 내용이다. “홈리스 쪼개기 고용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 “예산확보 노력 중”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지난 23일 서울시장에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을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권고안에서 “개편안이 제시하는 임금은 한국 사회 최후의 안전망인 2020년 생계급여액 52만원보다도 적다”며 “재난 상황에서 구조적 불리함을 더욱 심각하게 겪는 취업 취약계층인 노숙인 생존을 위협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 열린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정례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소양 미래통합당 의원은 “일자리 숫자를 맞추기 위해 평균임금을 줄어들게 만드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노숙인 자립은 일자리하고 직결된 문제이고 공공일자리 수입은 그들에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코로나19로 모두가 취업시장 진입이 어려운데 노숙인을 지원하는 공공일자리 예산을 감액하는 것은 서울시 사회안전 보장 방향에 맞게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긴급생활비지원이나 소상공인지원 등 예산을 증액편성해 단위사업 예산 증액이 어렵다”며 “한 사람에게 5시간 줄 일자리를 두 사람에게 줘야 하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시의회 복지위는 이날 서울시 복지정책실 소관 추가경정예산안에 “코로나19로 인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노숙인 일자리 지원사업 등에 증액한다”는 수정안을 발의했다.

30일 열리는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례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일자리 개편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관계자는 “개편안에 여러 의견이 있어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다”며 “예결위에서 긍정적인 의견이 나오면 노숙인 일자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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