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 “태양은 날마다 새롭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사물의 고정성보다 변화에 주목했다. 우주에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의 다툼이 있고 만물은 이와 같은 다툼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동양에도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상전벽해)라는 말이 있었다. 요즘 부쩍 이런 ‘이단적’ 생각들이 생각난다.

19세기는 대영제국의 세기였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영국의 지위도 쇠락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슈펭글러라는 사람은 <서구의 몰락>이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몰락할 것 같았던 서구는 신대륙 미국이 부상하면서 몰락을 면했다. 20세기는 누가 뭐라 해도 미국의 세기가 됐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을 기점으로 사회주의 진영이 생겨나고, 이 세력이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범 서구 자본주의 세력에 도전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 소련이 붕괴함으로써 미국의 유일 패권이 성립됐다. 이제 미국의 유일 패권과 자본주의 세계는 영원할 것만 같았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이데올로그는 “역사는 끝났다”며 최종 승리를 선언했다.

최근 세상 돌아가는 모습은 그 승리 또한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임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다툰다는 G2라는 말이 나오더니 최근에는 G0라는 신조어가 나온다. 미국의 쇠락은 표면적으로도 뚜렷하다. 인종주의와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같은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부터가 미국 몰락을 재촉하는 요인이면서 쇠락의 징후다. 그의 집권 기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엄습했다. 미국에서 세계 최대의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확진자 250만명, 사망자 13만명이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운데 사회 하층인 유색인종 비중이 현저히 높다. 이것이 배경이 돼 인종폭동이 일어났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인종폭동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내용 면에서는 한층 심화했다.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동상이 끌어내려지고 목이 잘렸다. 노예해방 기념일인 지난 19일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장군이었던 앨버트 파이크의 동상을 끌어내리고 불태웠다. 유색인종 계통 민중들이 미국이라는 나라가 근본적으로 불의에 의해 건국되고 이끌어져 왔음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의 회고록은 또 하나의 아메리카 제국 쇠락 징후다. 얼마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일하다가 해임된 자가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을 회고록으로 펴내 까발린다는 것 자체가 막장극이다. 법무부가 법원에 출판금지 가처분신청을 낸 것도 그렇고, 그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 낸 말도 그렇다. 그는 “그(볼턴)는 사람들한테 폭탄을 떨어뜨려 죽이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 그에게 폭탄이 떨어질 것이다”고 했다. 걸핏하면 전쟁과 폭탄이라니.

볼턴이 펴낸 회고록 내용 또한 엽기적이다. 이 책에는 한반도와 관련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는 방위비 분담 문제도 들어 있다. 트럼프는 “80억달러(일본)·50억달러(한국)를 받아내기 위해 미군 철수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볼턴에게 훈시했다. 이게 동맹국에 대한 태도가 맞는가.

회고록에는 세 차례에 걸친 북미정상회담에 관한 내용도 들어 있다. 트럼프는 북미정상회담을 계속하는 것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발전을 봉쇄하는 데 목적이 있었을 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 준비 브리핑을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핵심내용이 빠진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열어서 승리를 선포하고 이곳을 빨리 뜰 준비가 됐다’ ‘이후 (북한을) 제재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세계 지도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운명이 걸린 문제를 이렇게 상대편을 속이고, 자기 국민을 속이고, 세계 시민을 속이는 식으로 접근했다는 사실 또한 미 제국주의가 쇠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형편없는 자를 대통령으로 두고 있는 나라가 아무리 군사력이 막강하다 한들 세계를 계속 지배할 수 있을까. 뽕밭이 바다가 될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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