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기사보기 다음 기사보기 2024-04-26 제자리 바로가기 복사하기 본문 글씨 줄이기 본문 글씨 키우기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토뉴스 제자리 기자명 정기훈 입력 2020.06.29 08:00 댓글 1 다른 공유 찾기 바로가기 본문 글씨 키우기 본문 글씨 줄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으)로 기사보내기 트위터(으)로 기사보내기 카카오스토리(으)로 기사보내기 URL복사(으)로 기사보내기 닫기 ▲ 정기훈 기자저기 허리 굽힌 노동자들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근해 그곳을 쓸고 닦고 가꾸지만 지금 누구도 저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 감히. 눈 돌리는 곳마다 비정규직이다. 그건 지금의 상식이다. 오래전 어느 공장 구내식당에서 밥 짓던 엄마는 그 회사 직원이었다. 그 또한 상식에 속했다. 몇 년 근속 기념으로 상패와 작은 금붙이를 받아 오기도 했는데, 부상으로 엄마가 다녀온 해외연수는 우리 가족 중 첫 해외여행이었다. 지금에 와서 식당 노동자를 차별 없이 직접고용하는 일은 뉴스에 날 일이다. 말길을 틀어쥔 사람들은 이게 다 언젠가의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저성장 탓이라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변호한다. 여전히 늘고 있는 세상의 부는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 건, 순진하고 무지하거나 때로는 불온한 질문으로 여겨진다. 어디 감히. 국제유가가 떨어졌고, 주유소 기름값이 찔끔찔끔 내려갔다. 국제유가가 조금 올랐고, 기름값은 빠르게 올라 제자리를 찾아갔다. 제때 주유소를 찾아 50리터 차량 기름통에 ‘만땅’을 채운 사람만이 작은 승리에 취한다. 언젠가 미끄러져 뚝 떨어진 노동조건이 제자리를 찾는 일만이 더디고 더디다. 그 길에 돌부리도 널렸다. 상시·지속적인 데다, 안전과 관련한 핵심적인 업무에서조차 논란이 크다. 고용불안과 차별 없이 밥벌이하면서 종종 뱃속에 기름칠도 좀 하자는 건 여전히 길거리 싸움 나선 사람들이 내건 현수막 구호에 든다. 제자리 찾아 되돌리는 게 더뎌 오늘 또 누군가는 밥벌이 나선 일터에서 잘릴까 걱정하고,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고, 차별과 갑질을 감수한다. 내내 허리 굽는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SNS 기사보내기 공유 이메일 기사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기사 댓글 1 댓글 접기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댓글 내용입력 비회원 로그인 이름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회원 로그인 비회원 글쓰기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로그인 옵션 창닫기 댓글목록 최신순 추천순 욕설, 타인비방 등의 게시물은 예고 없이 삭제 될 수 있습니다. 노동자 2020-06-30 15:36:18 더보기 삭제하기 정기훈 기자의 사진이야기, 매번 기다려지고 볼 때마다 깊이 읽게 됩니다. 매번 감동이고,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글, 좋은 사진 앞으로도 쭉 부탁드립니다.
▲ 정기훈 기자저기 허리 굽힌 노동자들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근해 그곳을 쓸고 닦고 가꾸지만 지금 누구도 저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 감히. 눈 돌리는 곳마다 비정규직이다. 그건 지금의 상식이다. 오래전 어느 공장 구내식당에서 밥 짓던 엄마는 그 회사 직원이었다. 그 또한 상식에 속했다. 몇 년 근속 기념으로 상패와 작은 금붙이를 받아 오기도 했는데, 부상으로 엄마가 다녀온 해외연수는 우리 가족 중 첫 해외여행이었다. 지금에 와서 식당 노동자를 차별 없이 직접고용하는 일은 뉴스에 날 일이다. 말길을 틀어쥔 사람들은 이게 다 언젠가의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저성장 탓이라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변호한다. 여전히 늘고 있는 세상의 부는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 건, 순진하고 무지하거나 때로는 불온한 질문으로 여겨진다. 어디 감히. 국제유가가 떨어졌고, 주유소 기름값이 찔끔찔끔 내려갔다. 국제유가가 조금 올랐고, 기름값은 빠르게 올라 제자리를 찾아갔다. 제때 주유소를 찾아 50리터 차량 기름통에 ‘만땅’을 채운 사람만이 작은 승리에 취한다. 언젠가 미끄러져 뚝 떨어진 노동조건이 제자리를 찾는 일만이 더디고 더디다. 그 길에 돌부리도 널렸다. 상시·지속적인 데다, 안전과 관련한 핵심적인 업무에서조차 논란이 크다. 고용불안과 차별 없이 밥벌이하면서 종종 뱃속에 기름칠도 좀 하자는 건 여전히 길거리 싸움 나선 사람들이 내건 현수막 구호에 든다. 제자리 찾아 되돌리는 게 더뎌 오늘 또 누군가는 밥벌이 나선 일터에서 잘릴까 걱정하고,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고, 차별과 갑질을 감수한다. 내내 허리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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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2020-06-30 15:36:18 더보기 삭제하기 정기훈 기자의 사진이야기, 매번 기다려지고 볼 때마다 깊이 읽게 됩니다. 매번 감동이고,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글, 좋은 사진 앞으로도 쭉 부탁드립니다.
매번 감동이고, 매번 감사합니다. 좋은 글, 좋은 사진 앞으로도 쭉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