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저기 허리 굽힌 노동자들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근해 그곳을 쓸고 닦고 가꾸지만 지금 누구도 저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 감히. 눈 돌리는 곳마다 비정규직이다. 그건 지금의 상식이다. 오래전 어느 공장 구내식당에서 밥 짓던 엄마는 그 회사 직원이었다. 그 또한 상식에 속했다. 몇 년 근속 기념으로 상패와 작은 금붙이를 받아 오기도 했는데, 부상으로 엄마가 다녀온 해외연수는 우리 가족 중 첫 해외여행이었다. 지금에 와서 식당 노동자를 차별 없이 직접고용하는 일은 뉴스에 날 일이다. 말길을 틀어쥔 사람들은 이게 다 언젠가의 외환위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저성장 탓이라고 왜곡된 고용구조를 변호한다. 여전히 늘고 있는 세상의 부는 다 어디로 갔느냐고 묻는 건, 순진하고 무지하거나 때로는 불온한 질문으로 여겨진다. 어디 감히. 국제유가가 떨어졌고, 주유소 기름값이 찔끔찔끔 내려갔다. 국제유가가 조금 올랐고, 기름값은 빠르게 올라 제자리를 찾아갔다. 제때 주유소를 찾아 50리터 차량 기름통에 ‘만땅’을 채운 사람만이 작은 승리에 취한다. 언젠가 미끄러져 뚝 떨어진 노동조건이 제자리를 찾는 일만이 더디고 더디다. 그 길에 돌부리도 널렸다. 상시·지속적인 데다, 안전과 관련한 핵심적인 업무에서조차 논란이 크다. 고용불안과 차별 없이 밥벌이하면서 종종 뱃속에 기름칠도 좀 하자는 건 여전히 길거리 싸움 나선 사람들이 내건 현수막 구호에 든다. 제자리 찾아 되돌리는 게 더뎌 오늘 또 누군가는 밥벌이 나선 일터에서 잘릴까 걱정하고,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고, 차별과 갑질을 감수한다. 내내 허리 굽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