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어떤 분은 무슨 소리냐고 할 거고, 어떤 분은 이미 그러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꺼내지 말자고 못을 박고자 하는 것은 그 구호가 이제는 득보다 실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사실 최저임금 1만원 구호는 2018년에 진작 폐기됐어야 했다.

첫째, 아무런 정치적 효과를 불러올 수 없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구호가 얻은 사회적 공감대는 최저임금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점과 그 정도는 언젠가 돼야 한다는 지향에 대한 것이었다. 2017년에 16.4% 인상 결정으로 최저임금 1만원은 마치 실현 가능한 어떤 영역에 들어오게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은 어떤 운동적 상상력을 자극하거나 강렬한 정치적 호소력을 갖는 것이 아닌 현실성을 세세하게 따지는 문제가 돼 버렸다.

둘째,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를 지나치게 단순화해 ‘납작’하게 만든다. 단순화한다는 의미는 양면적이다. 대폭 인상 이전에는 최저임금 인상 주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전선을 분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최저임금 1만원이 한국 사회 대개혁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달성해야 하는 어떤 목표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해도 “1만원으로 올리자는 거냐”며 “그럼 2만원으로 올리라고 하라”는 비아냥만 돌아올 뿐이다. 당연하게도 최저임금 1만원이 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당장 취업과 실업의 경계에 있는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이 이제는 중요한 일이 아닐 때도 많다.

또한 관련된 제도개선 논의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대표적으로 산입범위와 주휴수당이다.

산입범위 문제는 임금체계 단순화와 통상임금 문제까지 얽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한 논의가 되기보다는 “최저임금 1만원 한다더니 줬다 뺏는다”는 이야기로만 귀결됐다. 계산을 복잡하게 하는 산입제외 비율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전제로 짜여 있다.

최저임금 1만원 구호는 주휴수당 문제를 푸는 데도 발목을 잡는다. 주휴수당은 본래는 휴일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였지만, 현재는 낮은 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주휴수당을 기본급화하고 휴식권 보장은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정착, 법정공휴일의 유급화, 5명 미만 사업장 연차휴가 의무화 등으로 푸는 것이 당연한 결론이다. 청년유니온은 주휴수당 기본급화를 위해 올해 최저임금 협상의 기준점 자체를 주휴수당을 합친 1만320원으로 시작하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최저임금 1만원 하자는 거냐는 반발과 최저임금 1만원을 꼼수로 달성하는 거냐는 비판을 마주한다.

마지막으로 적정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를 실종시킨다. 노동계는 아주 오랫동안 5명 이상 상용직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기준으로 말해 왔다. 지금의 논리는 그보다 못하다. 3~4인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내세우지만, 맞벌이와 1인 가구가 대세를 이루는 사회 변화에 조응하지도 않아 궁색하다. 복지제도 강화로 사회임금을 높이는 길을 외면한다.

혹자는 노사 역학을 고려할 때 높은 금액을 질러야 그나마 중간에서 타협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높게 질러서 가질 수 있는 힘은 결코 금액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사회적 공감대에 비례한다. 높게 질러서 중간에서 타협하겠다는 전략은 지지하는 이들조차도 속이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협상 과정에 대한 회의장 밖의 신뢰를 악화시키는 근시안적 방식이다.

수조에 구멍이 나 있다면 물을 많이 부어도 수면이 올라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쪼개기 고용, 주휴수당 위반, 위장 프리랜서로 회피할 수단을 열어 둔 채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보다도 제도개선 논의다.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비상한 수단들을 모아야 할 때다.

최저임금 1만원, 이제는 더이상 이야기하지 말자. 임기 내 달성에 얽매이지 말자. 왜 노동운동이 대통령 공약 달성을 시켜 줘야 하나. 이제부터는 최저임금을 얼마 올려야 하는지 정확하게 요구하고, 빈틈 없는 최저임금 제도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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