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찬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례1
프레스 기계작업 중 파편이 튀어서, 그 옆을 지나던 노동자의 복부를 관통했다. 출혈이 심했으나 대수술 끝에 목숨은 건졌다. 사업주는 파편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덮개를 설치하지 않았고, 보호구도 지급하지 않았다. 평소에 안전교육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2
바지선 위에 차량용 크레인을 싣고, 바스켓에 사람이 타고 쇠기둥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심한 바람이 불어서 바스켓에서 15미터 아래 바닷가로 노동자가 추락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다. 파도가 심하게 치는 날씨였다. 노동자는 갈비뼈와 하악골이 골절됐다.

#사례3
건설현장에서 포크레인에 철근더미를 매달고 운반하던 중에 균형을 잃어 철근이 추락했다. 근처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는 철근을 직접 맞지는 않아 목숨은 건졌으나 파편이 관통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위 사례의 공통점은 고용노동부 재해조사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세 사례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른 보상은 어렵지 않게 받았으나, 그것뿐이었다. 그야말로 운이 좋아서 목숨만 건진 사건들이지만, 조사도 수사도 없었다.

왜 노동부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산업재해 처리 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에 사고 사실이 접수됐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사업주는 산재를 은폐할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사업주는 산재 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노동부에 보고했을 것이다. 혹은 공단이 노동부에 산재발생 사실을 보고했을 수도 있다.

의문은 금세 풀렸다. 노동부는 산업재해조사표 내용을 받아 보니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보이지 않아서 더 조사할 게 없다는 태도였다. 심지어 같은 건으로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그랬다. 그러니 조사도, 수사도, 처벌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세 건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비교적 명확해 보이는 사건들이다.

산업안전보건법 168조는 사망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안전조치·보건조치 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산업안전보건) 별표2는 범죄로 인지하겠다는 대상조문을 명확히 정하고 있고, 위 사례들 모두 범죄인지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망사고가 아니어도 시정조치와 작업중지 명령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사업주가 안전보건규칙에서 건설물 또는 그 부속건설물·기계·기구·설비·원재료에 대해 정하는 안전조치 또는 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에게 현저한 유해·위험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기계나 설비에 관해서 사용중지를 비롯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53조1항). 사업주가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관련 작업의 전부 또는 일부의 중지를 명할 수도 있다(53조3항). 꼭 중대재해가 아니더라도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많다. 당해 사건의 조사뿐만 아니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조치들이다.

그러니까 중대재해가 아니어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범죄가 되기도 하거니와, 작업중지 명령까지 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노동부가 수사나 작업중지 명령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조사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서 발전하는 것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같은 사고의 반복을 막으려면, 우선 일어난 사고에 대해 철저한 원인조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선점을 찾아 실제 개선으로까지 이어져야 하고, 필요하면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그것이 산업재해가 주는 교훈이라면 교훈이다.

조직과 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라면,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권고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 내용대로 산업안전보건청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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