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공제조합 설치, 갈등조정과 법률구제, 부당한 업무지시 금지를 위한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 종합대책’을 추진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더 이상 갑질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경비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경비노동자 고 최희석씨가 입주민의 폭행과 괴롭힘 끝에 지난달 1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

◇고·다·자 ‘아파트 경비노동자’=“고·다·자”.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말이다. 흔히 경비노동자를 포함한 고령노동자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비노동자 24.4%는 입주민에게서 욕설과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 적이 있고, 30.4%는 1년 미만 단기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0월 펴낸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위탁업체 변경시 전원 고용승계가 된 아파트는 22.9%에 그쳤다. 나머지는 일부든 전부든 계약해지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설명회에 참석한 정의헌 아파트경비노동자공동사업단 공동대표는 “전국의 경비노동자를 만나면서 느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고용불안”이라며 “6개월, 3개월, 심지어 1개월마다 재계약하며 전전긍긍하는 현실 자체가 해소되지 않으면 이런 불상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승계 모범단지·공제조합 지원=서울시가 발표한 종합대책은 △고용안정 △생활안정 △분쟁조정 △인식개선 △제도개선 등 5개 항목으로 요약된다. 고용불안 해소를 위해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승계·유지 규정을 두거나 고용불안 야기 독소조항이 없는 모범단지를 선정해 보조금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적정보수 지급·에어컨 설치·휴게공간 제공 여부를 평가해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 인증제’를 실시한다. 매년 20개 단지를 선정해 인증한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경비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폭행 등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하도록 했다. 준칙은 아파트 관리규약 수립시 반영되는 표준모델이다.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공제조합 설립도 지원한다. 자조조직 중심 법인으로 설립하는 방식이다.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조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공제조합의 한계가 있지만 자기 권익을 옹호하고 위기에 빠졌을 때 상부상조하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이유 없는 단기계약 페널티 필요”=지자체는 고용승계·유지나 괴롭힘 방지 등을 직접 강제하는 수단이 없다. 서울시는 그런 한계 속에서도 최대한 법·제도 개선에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승계 단지를 활성화하고 공제조합을 두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경비노동자 보호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조례를 개정한다. 공동주택관리법상 벌칙규정 신설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다. 경비노동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 등 갑질을 했을 때 과태료 처분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국회에서도 경비노동자 보호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과 권익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주최한 바 있다. 천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법안 준비를 위해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다음달 안에는 법안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합대책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가장 큰 문제가 단기계약인데, 위탁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권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합리적 이유 없이 단기계약을 하는 아파트는 예산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페널티를 줘 구속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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