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지난 4월8일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경주지역 S공고 이준서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가 드러났다. 고인은 기능지도교사에게 기능반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학교는 그간 묵인해 주던 고인의 흡연·폭행 등의 행위를 거론하며 징계 가능성을 언급해 기능반 탈퇴를 막았다. 고인은 지난해 기능경기대회에서 두 차례 메달을 딴 학교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경주 S공고 고 이준서 학생 사망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이준서 학생의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은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주최했다. 공대위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현장실습피해자 가족모임, 노동건강연대, 전교조 등 50여개 단체로 구성됐다. 진상조사단이 이날 공개한 진상조사 중간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학교는 학생의 인권이나 학습권이 아닌 오로지 기능경기대회 수상에 몰두했다.

“학교, 학생 음주·흡연·학교폭력 묵인해”

“준서는 2학년 때도 기능반을 나오고 싶다는 말을 수없이 했어요. 아빠한테 말을 해서 기능반을 나간다는 말을 했었지만 선생님이 붙잡으셔서 못 나갔다고 하더라고요”(S공고 3학년생 박아무개군)

진상조사 중간보고 발표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월28일과 3월29일 기능반 탈퇴를 원한다는 의사를 학교에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순 의사표시로 기능반을 그만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고인은 후배에게 자신과 함께 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파트너의 비위행위를 학교에 제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2인1조로만 출전할 수 있는 종목 특성상 한 명이 빠지면 자신도 대회 출전이 어렵게 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이를 위해 고인은 후배가 술을 먹고 흡연을 하는 모습을 찍는 등 약점을 잡기도 했다. 숨지기 일주일 전인 4월1일부터 같은달 8일까지 이 후배에게 60차례나 전화를 걸었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배는 고인의 요청을 거절했고, 고인은 죽음을 택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학교는 기능반 학생들의 ‘진짜’ 교육에는 관심이 없었다. S공고 학생들은 “기능반 학생들의 흡연과 음주를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고 증언했다. 학교는 일탈을 눈감아 주고는 학생을 통제하는 약점으로 이를 활용했다.

학교는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도제식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학생 간 발생하는 폭력에도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고인의 친구 ㅍ고 배아무개군은 “준서가 당한 폭력, 가혹행위를 신고해도 학교에선 3학년 취업문제 때문에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신고해도 소용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선배에게 뺨을 맞는 등 학교폭력 피해자였지만 동시에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이기도 했다.

“학생 인권은 물론 수업권도 무시”

기능반 학생들의 수업권은 무시됐다. 공대위에 따르면 기능경기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2~3학년 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지만 학교는 출석부를 위조해 참석한 것처럼 꾸몄다고 한다.

이용기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대입에 몰두하고 경쟁으로 내몰리는 경쟁은 직업계고도 비켜가지 못했다”며 “기능경기대회로 학생을 몰아서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권영국 진상조사단장(변호사)는 “코로나19가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던 당시에도 학교는 (온라인 개학 기간 중 등교 출석을 금지하는) 교육부 지침을 무시하고 교내합숙훈련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2년 이상 학교가 보호자 역할을 하고 1년 300일 이상을 선생님과 함께했는데 가정사로 인한 비관자살로 몰고 있는 학교측 행태에 치가 떨린다”며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아이들을 위해 기능반이 폐지되도록 많은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다. 이은주 의원은 “특성화고의 강압적 기능반 운영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의 대표로서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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