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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로 몰락한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 윤효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개리 존스(Gary Jones) 위원장을 비롯한 전미자동차노조(United Auto Workers, UAW) 임원들이 부패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가 사실이었던지, 2019년 11월 UAW는 집행위원회를 열어 개리 존스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로리 갬블을 새 위원장 자리에 올렸다. 갬블은 UAW 역사상 첫 흑인 위원장이 됐다.

개리 존스는 2018년 6월 위원장에 당선됐는데, 연방수사국은 지난해 8월 UAW 부패에 대한 수사 상황을 공개했다. 개리 존스 전 위원장과 데니스 윌리엄스 전 위원장의 자택을 비롯한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다. 연방수사국은 UAW 지도부가 조합비를 횡령해 개인 목적으로 사용했고 사용자에게 부정한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새 위원장인 로리 갬블에 대해서 사용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UAW는 “로리 갬블이 (사용자에게)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3일 개리 존스 전 위원장이 횡령·갈취·탈세 혐의를 인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UAW 임원들이 공모해 조합비 100만달러를 횡령했고, 노조 회의나 대회를 빌미로 수십 만달러를 타낸 뒤 사적으로 착복했다고 밝혔다. 골프 라운딩, 개인 빌라, 고급 시가, 골프복, 골프 레슨비, 양주, 고급 식사 등에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UAW가 미국 국세청에 거짓으로 세무 신고를 하게 만드는 등의 불법 행위를 주도했음을 개리 존스가 시인한 것이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0년형과 더불어 25만달러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노조 부패 문제를 다룰 때는 개인적 부패와 구조적 부패를 구분해 바라봐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부패할 수 있다. 본성적으로 부패한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본래는 그렇지 않았으나 사정과 처지로 인해 부패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어느 조직에서나 개인적 부패 가능성을 피해 갈 수 없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 중 하나인 노조도 여러 군상의 인간이 섞여 있기에 개인적 부패 위험에 당연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 조직이 건강한 문화를 갖추고 제대로 된 관리체계를 갖고 있다면, 부패한 인간을 사전에 감시·적발하거나 사후에 처벌·제명 같은 제재를 가함으로써 위기를 예방하거나 극복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개인적 부패는 해당 조직이 효과적인 제도를 갖고 있다면 심각한 조직의 위기로 발전하지 않는다.

구조적 부패는 다르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구조적으로 부패해 있기 때문이다. 부패한 조직에서는 내부 감사와 처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조직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부패를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대단히 어렵다. 이런 이유로 공권력 같은 외부 세력이 강제로 개입할 때까지 부패는 계속된다. 개리 존스를 비롯한 UAW 지도부의 부패 문제는 개인적 부패에 더해 조직적 자정기능 마비가 겹친 문제로 보인다. 미국 정부의 수사와 기소가 없었다면 부패한 이들이 지금까지도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체교섭을 하다 보면 노조가 양보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힘 관계에서 노조가 밀리면 더욱 그러하다. 100을 요구해 100을 얻는 교섭은 없다. 잘하면 50보다 더 얻는 것이고, 못하면 20도 챙기기 어렵다. 누구나 알듯이, 노조의 최종적 힘은 조합원에게서 나온다. 조합원과 유리된 노조는 힘을 얻기 어렵다. 이 경우 지도부는 사용자에게 쉽게 굴복하기 마련이다. 아무튼 노조의 힘이 부족해서 굴복하는 것과 사용자에게 뒷돈을 받고 굴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운동 원칙에서 전자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불가피한 일일 수 있으나, 후자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도부가 조합비를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도부가 집단으로 사용자들에게 뒷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UAW는 3월5일 성명을 통해 “UAW 지도부를 포함한 모든 UAW 조합원은 전 UAW 조합원인 개리 존스의 혐의와 관련 행위에 분노를 표한다. 이것은 신뢰 훼손이자 신성한 조합비 관리의 침해이며, 우리가 신봉하는 노조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다. 존스를 비롯해 우리 노조의 신뢰를 배신한 이들은 예외 없이 최대한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 직후 3월 31일 UAW는 외부윤리관(external ethics officer) 직제를 신설하고 오바마 행정부에서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 위원장을 지낸 윌마 리브만을 임명했다.

미국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UAW에서 일했던 부위원장을 비롯한 간부, 전 부위원장 부인과 개리 존스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사용자들에게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미 유죄를 받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UAW 부패 사건에 대한 수사는 미국 정부의 연방수사국, 노동부 근로감독국, 국세청 범죄조사국이 공조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3일 성명에서 “UAW 위원장 개리 존스의 유죄 인정으로 UAW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범죄 사건과 개인 및 관련기관의 범죄행위 수사는 계속되지만,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인 조합원들을 위해 봉사하도록 UAW를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UAW 내부에서 일어난 문제가 조직적 부패가 아니라 개인적 부패라면, UAW는 첫 흑인 위원장 임명과 외부윤리관 활동 같은 자기 개혁을 통해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개인적 부패를 넘어 노조 자체의 관행과 문화에 이미 깊숙이 내재된 조직적 부패라면 노조의 자체 개혁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화물운송노조인 팀스터즈(Teamsters)의 역사적 사례처럼 미국 정부가 UAW를 ‘법정관리’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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