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원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도 공식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21대 환노위에서도 노동현안 관련 쟁점이 즐비해 있다. 특히 20대 국회에서 마무리짓지 못하거나 건드리지도 못한 법안이 적지 않다.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 논의가 급한 과제다. 20대 국회에서 논의하지도 못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위한 제도개선도 21대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5명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보호 방안,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보완,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민간부문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도 21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20대 국회 환노위에 적잖이 실망한 노동자들에게 21대 국회 환노위에 바라는 점을 들었다.


민간에서도 비정규직 확산 막는 법 만들어야
정태호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

▲ 정태호 공공산업희망노조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첫 번째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후속 사업으로 공공기관에 우후죽순 자회사가 만들어졌다. 임금이나 처우조건은 용역노동자로 있었을 때보다 나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는 자회사의 실태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거대한 하나의 또 다른 용역회사를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안정화하려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공공기관 자회사들이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법의 영역으로 규율해야 한다. 현재 기존 용역회사 운영을 답습하고 있는 자회사를 보면 불안하다. 현장에 있는 비정규직들은 정권이 바뀌면 도로 비정규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만들어진 자회사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이 회사의 근거가 되는 법령이 필요하다. 지금 같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21대 국회 환노위가 책임져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은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차적 사업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영역으로 확대하려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개정해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전제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공공부문 틀에만 갇혀 있어 아쉬움이 많다. 민간으로 확산하고 비정규직을 없애기 위한 구체적인 법 개정이 시급하다.

ILO 기본협약 비준,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해야
강정구 전교조 정책실장

▲ 강정구 전교조 정책실장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외교부가 제출한 강제노동 협약 비준안,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비준안, 단결권 및 단체교섭 협약 비준안 원안을 의결했다. 같은해 10월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등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린 뒤 21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된 정부 입법안은 노동기본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는 개정안이 아니다. 유럽연합(EU)과의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면피용 노동개악안에 불과하다.

교섭창구단일화, 단협 유효기간 연장 등을 통해 교섭권을 제약하고 있다. 쟁의행위시 사업장 점거 제한을 통해 단체행동권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별법으로 노동기본권을 제약당하고 있는 교원과 공무원에게 노동기본권은 노동 3권이 아닌 0.5권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의 경우 노조 가입시 직급과 직무를 제한해 왔고,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받은 전교조를 감안하면 교사·공무원의 단결권은 실질적으로 0.25권에 지나지 않는다. 형해화돼 있는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권으로 단체교섭권도 0.25권에 불과하다. 단체행동권은 아예 금지돼 있다.

전교조는 대법원의 법외노조통보 취소소송 판결을 앞두고 있다.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넘어 21대 국회에서 온전한 노동 3권이 보장되는 입법이 이뤄지길 바란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정치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교육정책을 포함한 교원노조의 교섭권 확대, 전임자임금 지급, 학생의 교육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의 단체행동권 보장 등이 법제화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헌법과 ILO 기본협약 비준 정신에 부합하는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 되고,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가는 시작이 된다.

21대 국회는 촛불혁명 이후 처음 치러진 총선에서 코로나19 감염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이 투표로서 보여준 민심에 기반한 입법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적 권리가 이제부터라도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환노위가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노동자가 죽지 않는 일터 만들어야
정동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 정동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21대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산재 참사, 매달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현대중공업, 파쇄작업장의 장애인 노동자·건설현장의 이주노동자·현대제철과 자동차부품사의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사고 등 계속되는 죽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재발방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진상규명은 불투명할 것이고, 책임자 처벌은 가벼울 것이다. 근본대책 수립은 지지부진할 것이라는 불신이 너무나 깊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은 적어도 이러한 불신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가 산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시작일 수 있다. 무엇보다 누더기법이 되지 않고 끝까지 제대로 취지를 살리는 입법이 중요하겠다. 21대 국회 환노위의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러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만으로 다 해결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반드시 함께 도입해야 할 조치들도 있다. 특히 조선업과 관련해서는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산재 위험직종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와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에 대한 고용노동부 국민참여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이미 적극 권고하는 바가 나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유해·위험업무 하도급 금지 제도 확대, 물량팀 같은 불법파견·다단계 하도급 행태 적극적 금지, 하청노동자들에게 작업중지권을 포함하 ㄴ기본조치 권한 부여 제도화가 필요하다. 사업장 위험요인관리에 있어서 하청노동자의 참여권 보장(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 개선), 중대재해 작업중지에 따른 하청노동자 휴업수당 원청 책임 제도화도 시행해야 한다.

더 이상 노동자가 죽지 않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환노위 의원들은 제발 사명감을 가져 달라. 21대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한다.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배제 조항 폐지해야
남현영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정책팀장

▲ 남현영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
정책팀장

십년을 넘게 일했는데 출근해 보니 내일부터 더는 나오지 말라고 하는 사업장이 있다. 그런데도 이게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한다. 똑같이 일하는데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고, 밤새워 일해도 연장근로수당이나 야간수당도 없다. 뿐만 아니라 남들이 다가는 연차휴가도 없고, 심지어 빨간 날이라고 말하는 법정 공휴일도 쉴 수 없는 사업장이 있다. 휴업을 해도 휴업수당 지급의무도 없고, 52시간 이상 노동금지 조항도 직장 내 괴롭힘도 이 사업장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차이는 단 하나,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이라는 것 뿐이다.

이러한 근로기준법 11조 조항이 만들어 진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그 동안 근로환경도 일하는 방식도 사업장의 이익규모도 변했다. 실제로 정부통계 결과를 보더라도 명인 이상과 미만 사업장의 이익규모도 전혀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악법 조항은 현실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며 가장 취약한 노동자 수백만명의 정당한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그동안 이 악법 조항을 폐지하기 위한 수많은 입법 노력이 있었고 헌법소원을 하기도 했지만 현실에선 요지부동이다. 4명과 5명의 차이가 현실적으로 어떤 질적인 차이가 있는지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그저 영세사업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므로 합헌이라는 것이 헌재의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 11조를 악랄한 인사노무관리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가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고발을 위해 제보 받은 결과를 보면 그렇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각 지역의 직영소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서류상 분할해 놓거나 직원 수백명의 대형 매장이 수십개 사업장으로 쪼개져 있다. 심지어 외국계 회사도 이러한 수단을 악용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기 위해 노동자 중 4명 이하만 4대 보험에 가입시키고 나머지는 가입시키지 않는 사업장도 많았다.

5명 미만 사업장은 언제든 해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노조를 결성하기도 어렵다.

근기법 11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을 원천적으로 말살하는 악법일 뿐만 아니라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이제는 이러한 차별과 배제를 금지하기 위해 폐지해야 한다. 가짜 5명 미만 사업장의 행태를 보면서 이 법이 얼마나 악랄한 조항인지, 근기법의 근본 정신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폐지하기를 간절하게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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