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사양산업으로 평가받으면서 코로나19 정국으로 가뜩이나 힘든데 더 힘들게 됐습니다. 노동자들은 일감 감소로 인한 고용불안과 임금 감소를 겪고 있고요. 한국노총 중심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황인석(58·사진) 화학노련 위원장은 최근 제조업 위기에 대한 해법으로 사회적 대화를 거론했다. 이곳에서 노사가 고통분담에 합의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자는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사기진작과 노조의 요구를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노동단체가 경영인들을 치켜세워 줘야 한다” “기업이 사회적 기금 출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황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연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22대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선거 당일부터 시작된 3년간의 임기 동안 황 위원장은 연맹에서 어떤 활동을 이어 나갈까.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화학노련 위원장실에서 황 위원장에게 연맹 운영기조와 방향을 들었다. 황 위원장은 현재 조선내화노조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국노총 포항지역지부 사무국장과 연맹 동해지부장을 역임했다.

- 당선을 축하한다.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당선의 기쁨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무겁게 짊어지게 됐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연맹 조합원이 속한 사업장은 노동조건이 굉장히 열악하다. 어떻게 하면 코로나19 정국에서 연맹 동지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일자리를 지켜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정확한 당선 요인은 분석하지 않았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이 시대에 갈등조정 능력을 발휘해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것이라 본다.”

- 출마 계기는.
“9년 전 19대 연맹 위원장 후보로 출마해 지금 한국노총 수장이 된 김동명 위원장과 경선에서 승부를 겨뤘다. 그때 동지들이 김동명 위원장을 선택했고, 저는 지난 9년 동안 지역에서 변화를 만들자고 해서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쭉 해 왔다. 올해 김동명 위원장이 한국노총 위원장으로 가는 바람에 9년 전에 설계했던 정책 바람들을 실현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된 지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어느 곳 하나 소홀함 없이 하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

- 조선내화노조 위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주식회사 조선내화는 철강산업·시멘트·유리산업에 쓰이는 내화물을 생산하는 곳으로 국내에는 포항과 광양 두 곳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노조는 1988년에 설립했는데 나도 젊은 나이에 설립 멤버로 참여해 지금까지 30년 정도 활동하고 있다. 노조 설립과 동시에 회사 본관에는 노조 깃발과 회사 깃발이 동시에 꽂혔다. 노사가 대등해야 공동 발전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 22년 전부터 무교섭 방식으로 사측과 합의를 도출해 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 무교섭 경험이 연맹 운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무교섭은 한국 사회 노사관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무교섭은 노조가 회사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막을 들여다보면 서로 부담이다. 회사도 무교섭 전통을 깨지 않기 위해 노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노조도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인 치켜세워 실리 챙기는 것이 노동운동 방향”

- 현재 제조업 노동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뭐라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정국이 오기 이전부터 제조업은 사양산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굴뚝산업을 4차 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 속에서 코로나19 정국까지 맞이하다 보니 노동자들은 가뜩이나 힘이 드는데 고용불안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또 소비가 안 되다 보니 만들 제품이 없어 주 5일이 아니라 주 3일을 일하는 분도 있다. 자연스럽게 임금이 감소하는 어려움도 겪는 것이다.”

- 이런 어려움은 어떻게 해야 해소할 수 있을까.
“한국노총 중심의 노사정 사회적 대화 틀에서 문제 해결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윤 창출이 안 되는 기업의 경우 노측은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사측은 일자리를 보장해 주는 등 서로 고통분담을 한다는 기본 인식 틀을 이곳에서 노사가 만들어야 한다. 이익이 많이 나는 기업들은 사회적인 기금을 출연해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방안을 합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에서 노동단체들은 경영인들을 치켜세워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경영인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렇게 어려울 때 일수록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 운동을 한번 전개해 보자고 제안하는 것이 치켜세워 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경제인들을 너무 구속하지 말자’거나 ‘그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도록 기회를 주자’는 제안이 치켜세워 주는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명분을 주면서 실리를 챙기는 것이 우리 노동운동이 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 한국노총이 1노총 지위를 빼앗기면서 조직화 사업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방안이 있나.
“저는 ‘한국노총이 1노총 지위를 빼앗겠다’는 표현이 맞지 않다고 본다. 1노총 지위는 의식의 문제지 숫자와 개념으로 정리할 문제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소위 ‘쪽수’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1노총 지위’를 빼앗겼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조직에서 어떤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잣대라고 생각한다. 저는 노동자 의식·철학이 제대로 된 조합원으로 구성된 내실 있는 조직화, 제대로 된 조직화를 실현하려고 한다.”

- 후보 시절, 투명한 예산집행·업무감사 도입을 공약했다. 
“예산사용 내역을 월별로 연맹 홈페이지에 공개하자는 구상이다. ‘이달 몇 명이 얼마를 지출했다’는 것을 전체 조합원들이 볼 수 있게 해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간이영수증이 아닌 세심한 증빙서류를 통해 알리는 방법에 대해 그동안 우리가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현재는 예산집행에 대해 6개월에 한 번씩 내부 회계감사를 받아서 대의원대회 때 대의원들에게만 1년에 한 번 보고하고 있다. 또 업무감사는 위원장인 저를 포함한 연맹 사무처 직원이 어떤 역할과 업무를 했다는 것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조직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이자, 당사자에겐 자신의 활동에 대해 평가를 받아 자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견제와 함께 한국노총 정책 실현에 앞장설 것”

- 선거 당시 김동명 위원장과의 친분을 내세웠다. 연맹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나.
“9년 전 연맹 선거에 출마하기 전엔 김동명 위원장을 잘 몰랐다. 선거가 끝나고 그와 의형제를 맺었고 여기까지 왔다. 속담에 ‘예쁜 놈 매 하나 더 때리고,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말이 있다. 김동명 위원장이 연맹 출신이다 보니 연맹을 더 챙겨 주고 싶어도 못할 것 같다. 연맹에 더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김동명 위원장에게 ‘개의치 마라. 줘도 안 받는다’고 했다. 연맹은 한국노총의 중심 연맹이라고 자청해 왔다. 연맹은 한국노총이 가고자 하는 정책을 앞장서서 실천해 나갈 것이다. 반대로 한국노총이 우리 노동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길을 간다면 연맹은 반드시 제동을 걸 것이다.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할 것이다.”

- 임기 동안 어떤 연맹을 만들고 싶나.
“작품은 위원장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들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맹 소속 노동자들에게 편안한 연맹, 누구나 찾아와서 상담할 수 있는 연맹이 되길 소망한다. 그걸 통해서 한국노총 산하 모든 회원조직 중심에 연맹이 앞장서 갈 수 있길 바란다. 특히 과거 노동운동 방식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창의력으로 돌파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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