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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병원 해고자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17년간 싸워 성남시의료원 빛 봤는데, 노동자는 왜 실패한 인생이어야 하나”
▲ 정기훈 기자

수많은 사람들이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 병원. 그만큼 숱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성남시의료원처럼 설립하면서 길고 긴 사연을 가진 병원은 드물다. ‘전국 최초 주민 발의 공공병원’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성남시의료원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하려면 인하병원이 문을 닫았던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동자보다 해고자라는 이름으로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하병원 정리해고 노동자를 빼고는 결코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얘기할 수 없다.

김경자(54·사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인하병원 해고자다. 그는 지난 11일 성남시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성남시의료원 설립 역사를 기록하는 기념관을 만들고, 인하병원 노동자를 성남시의료원에 원직복직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17년 전 폐업한 인하병원 노동자들이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식 개원도 못한 채 진료부터 시작한 성남시의료원에 복직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김 수석부위원장의 만났다.

고용승계 대신 공공병원 설립을 택한 해고자들

지금은 사라진 인하병원의 주인은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이 만든 학교법인 인하학원이 1985년 인하대 의과대학 첫 입학생을 받으면서 의료법인 한미병원을 인수해 인하병원으로 개원했다. 그런데 한미병원 이사 2명이 법인 인수를 결정한 이사회결의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면서 병원 소유권 분쟁이 시작됐다. 소송은 2003년 1월 대법원이 한진그룹에 병원 건물과 대지를 반환하라고 판결하면서 종결됐다. 인하병원이 그해 6월 폐업한 결정적 이유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인하병원 노동자들은 까맣게 몰랐다. 당시 학교법인 인하학원은 “인하병원 누적적자가 522억원”이라며 경영악화를 폐업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병원업계에서는 강성노조 때문에 인하병원이 문을 닫았다는 소문이 퍼졌고, 인하병원 해고자들에게 소문은 꼬리표로 따라붙었다.

인하병원 노동자들은 폐업한 병원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이 소유한 인천 인하대병원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성남시 의료공백 해소를 위한 공공병원 설립을 주장했다. 의료장비를 다루던 병원노동자들은 1종 대형버스운전면허증을 따서 버스로 성남시 곳곳을 누비며 시민에게 ‘인하병원 폐업철회’ 서명을 받았다.

“인하병원 폐업 무렵 성남병원도 문을 닫았어요. 성남시 구시가지에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이었죠. 대형 교통사고가 나면 서울 송파구나 성남 분당구에 있는 응급실로 가야 할 처지였으니까요. 서명운동 한 달 만에 시민 10만명이 동참했어요. 그야말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죠. 당시 이대엽 성남시장도 폐업신고가 접수되더라도 수리하지 않겠다고 공언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공언은 빈말로 끝났다. 인하병원 정문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의료장비 반출을 막으며 투쟁했던 인하병원 노동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성남시민들에게 의료공백 해소를 이야기하면서 인하대병원으로 고용승계해 달라는 투쟁을 병행하는 것은 모순이었다. 해고자들은 고용승계 대신 공공병원 설립을 택했다.

성남시의료원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누가 17년이 걸릴 줄 상상했겠나”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와 인하병원 해고자들이 주축이 돼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이후 성남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로 변경)를 발족했다. 주민 발의로 성남시의료원을 건설해 의료공백을 해소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2003년 12월 성남시립병원 설립을 위한 주민발의 조례안 청구인 대표는 당시 이재명 변호사(현 경기도지사)가 맡았다. 조례발의 청구서명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1만8천595명이 참여해 성남시의회에 최초로 주민발의 조례를 접수하는 데 성공했다. 2004년 2월 성남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이 입법예고됐을 당시만 해도 현실화할 때까지 17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한 달 뒤 상황이 급변했다. 그해 3월 성남시의회는 최초의 주민발의 조례를 부결시켰다. 본회의도 열리기 전에 상임위원회가 주민들의 뜻을 꺾어 버린 것이다. 성난 시민들이 성남시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구속되고 이재명 변호사는 수배자가 됐다. 그는 한 교회에 숨어 수배생활을 하면서 “성남시장이 돼 성남시의료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정치인 이재명’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의 어머니도 그 자리에 있었다.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성남시의료원 설립 주민운동을 했던 어머니는 성남시의회에서 경찰에 끌려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뇌졸중을 앓고 계셨던 어머니가 ‘딸이 오기 전에는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끝까지 버티셔서 경찰에 연행됐다가 다시 나왔어요. 어머니 덕분에 구속은 면했죠.”

성남시의료원 건립 투쟁은 노동운동이 어떻게 주민과 함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인하병원 해고자들은 가가호호 방문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서명을 받았다. 선전물을 한 번 만들 때 10만장씩 인쇄했다. 명절에는 노인복지관을 찾아 떡국을 끓이며 성남시의료원이 왜 필요한지 어르신들을 설득했다.

성남에 사는 김 수석부위원장의 부모님도 인하병원 폐업철회 투쟁부터 함께했다. 주민발의 운동을 하면서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 24개 동마다 동 대표를 세웠는데 김 수석부위원장의 아버지도 동 대표였다.

그렇게 공들였던 첫 주민발의가 무산되고 인하병원 해고자들 좌절했다. 하지만 곧 다시 일어서 2차 발의운동을 시작했다. 그사이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옛 인하병원 부지에 인하병원 의료장비를 가지고 ‘예일병원 개원식’을 열었다. 의료공백이 해소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가짜였다. 2004년 4월 500병상 규모로 개원한다며 의료진 채용도 했지만 예일병원은 단 한 명의 환자도 진료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코미디죠. 2004년 3월30일 첫 주민발의안이 부결된 다음날 성남시장이 참석한 병원 개원식을 했는데 대시민 사기극이었요.”

이후 인하병원 자리에는 이마트와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영화배우 출신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변호사에 밀려 낙선했다.

“이대엽 전 시장뿐 아니라 성남시의료원 건립을 반대한 정치인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이후에는 한나라당(지금의 미래통합당)이 시의회 다수를 점하면서 성남시의료원 관련 예산을 모조리 부결시켰죠. 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재선에 성공하고 더불어민주당도 성남시의회 다수당이 됐죠. 길고 긴 과정을 거쳐 올해 드디어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했습니다.”

▲ 정기훈 기자

주민발의로 만든 공공병원 들어섰지만
“내 인생은 실패했다”는 해고자


이재명 성남시장 당선 이후에도 성남시의료원 건립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병원으로 복직할 거라 믿었던 인하병원 해고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숨찬 세월이네요. 만약 인하병원 해고자들이 17년 전 고용승계 투쟁을 선택했다면 지금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까요. 확실한 건 이렇게 긴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어떤 식으로든 가부가 결정됐겠죠. 그렇게 모진 세월을 싸워 온 인하병원 조합원이 제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내 인생은 실패했어’라고. 인하병원지부가 올해 1월 투쟁을 그만하겠다고 결정했어요. 충격을 받았죠. 그때부터 조합원들을 설득했어요. 단 1년 만이라도 복직투쟁을 하자고.”

인하병원 해고자들이 지난 11일 성남시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유다. 폐업 당시 450명이던 조합원 중 지금까지 남아 싸운 이는 김경자 수석부위원장과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오영선 인하병원지부장을 포함해 17명이다. 이들 중 5명은 이미 정년이 지났다. 이들은 그토록 꿈꿨던 성남시의료원의 노동자가 돼 단 하루만이라도 근무하길 희망한다.

“지금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는 한 조합원은 성남시의료원이 진료를 시작하면서 동네주민한테 축하인사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병원 문 열었으니 복직하지 않았냐면서요. 임상병리사였던 조합원이 지금은 경비원으로 일하는데 원직복직 요구 기자회견에 안 왔어요. 성남시의료원을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이들이 왜 병원 문 밖에서 다시 투쟁해야 하는지 견디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인하병원 출신 중에 현재 성남시의료원에 들어간 사람은 딱 1명이다. 그는 성남시 공무원이었다. 의료원 공개채용에 지원한 인하병원 해고자는 2명이 더 있지만 모두 떨어졌다.

“성남시의료원 원직복직이 특혜 아니냐고요? 공정채용이라면 성남시의료원 건립을 위해 싸운 17년간 우리의 경력단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조합원 말처럼 우리는 실패한 인생인가요?”

인하병원지부는 해고자 원직복직과 함께 성남시의료원 설립 기념관을 만들자고 요구한다. 공공의료를 확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성남시의료원이 코로나19 때문에 개원식을 못한 채 진료를 시작했어요. 의료원장 명의로 주민조례에 동참했던 주민들에게 감사인사라도 보낸다면 어떨까요. 당신의 힘으로 만든 병원이 이제 문을 열었다고, 당신이 바로 병원의 주인이라고 말이죠.”

인하병원 해고자의 외침에 경기도와 성남시, 성남시의료원이 답할 차례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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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인 2020-06-23 12:20:50

    성남시의료원과 인하병원은 전혀 상관없는 병원
    그러므로 복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않음.
    성남시의료원은 시립병원이고 인하병원은 그냥 개인병원
    예전 인하병원직원들이 성남시의료원에 취직하기를 원한다면
    성남시의료원에 인력이 필요할때 그때 남들과 동일하게 공정한 절차대로
    지원하여 공채면접을 지원하면 되는것
    말도안되는 생때를 쓰고 복직이라는 미명하에 어거지를 쓰는 행동으로
    성남시에서 복직을 해준다면 이제까지 받지못한 급여도 달라고 할께 뻔함
    이건 성남시민의 피를 빨아먹는 짓임.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하늘이 보고 있소   삭제

    • 이해가 안되네 2020-06-20 23:53:58

      인하병원과 성남시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복직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되지않으며

      의료원 직원이 되길 원하시면

      공채로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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