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노동건강연대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 천안 물류센터 유해가스 사망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락스와 세제는 혼합해서 사용하면 안 되는 화학물질이었습니다. 쿠팡과 동원홈푸드·아람인테크 중에서 단 한 곳이라도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살폈으면 제 아내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쿠팡 천안물류센터 구내식당에서 조리보조원으로 일하다 지난 1일 쓰러져 숨진 고 박현경씨 남편 최동범씨가 아내 죽음 원인을 다단계 하청·파견 구조에서 비롯된 구조적 위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인은 인력파견업체 아람인테크와 지난 6월 기간제 계약을 맺고 쿠팡에서 일해 왔다. 쿠팡에 급식업무를 위탁받은 동원홈푸드는 조리보조원 인력을 아람인테크에서 공급받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과 노동건강연대가 함께했다. 고인 죽음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가족은 살아생전 고인의 말과 같이 일했던 동료의 증언을 토대로 락스와 합성세제를 혼합해 사용한 것이 사인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고인의 남편은 “코로나19로 약품의 세기가 점점 심해지고, 독한 약품을 몇 개 섞어 넓은 구내식당 바닥과 테이블을 하루 종일 닦는다고 했다”며 “어떤 날은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는 게 힘들다고 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발간한 ‘코로나19 대응 집단시설·다중이용시설 소독 안내’에 따르면 “락스 등은 산성세정제나 합성세제와 혼합해 사용하면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려면 회사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쿠팡·동원홈푸드·아람인테크는 모두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입을 닫고 있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공인노무사)는 “쿠팡은 자신의 회사에서 사람이 쓰러지고 심폐소생술까지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 다른 누구도 아닌 첫 출근한 동료를 태워 보냈다”며 “고인에 대해서도, 유가족에 대해서도 어떤 예의조차 없었다”고 꼬집었다. 박 활동가에 따르면 쿠팡과 동원홈푸드는 물론 고인을 고용했던 아람인테크조차 유가족이 요청하면 마지못해 문자에 답을 하는 수준으로 소통하고 있다.

강은미 의원은 “재해사고 책임을 기업에 물어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촉구했다. 류호정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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