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최대한 예쁘고 아름답게 하고 싶어요. 게다가 할 수 있다면 귀엽게. (웃음).”

김도윤(39·사진)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이 지회 활동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노조니까 그만큼 아름답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를 덧붙였지만, 이유는 또 있었다. 불온한 것처럼 여겨지는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 “타투는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 이를 통해 타투이스트들의 ‘일반직업화’를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지난 9일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올해 2월 지회가 설립된 지 3개월여 만이다. 공대위에는 전태일재단·녹색병원·민변 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했다. 지회와 공대위의 목표 또한 타투이스트의 ‘일반직업화’다. 타투는 이제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는 현행법상 범법자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대법원은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문신을 의료행위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17·18·19·20대 국회에서 타투가 일반직업이라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대로 법안 통과는 매번 무산됐다.

지회와 공대위가 이번에는 타투이스트들의 오랜 바람을 이뤄 낼 수 있을까. 12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타투 스튜디오 ‘INKEDWALL’에서 김 지회장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김 지회장은 ‘도이’라는 활동명으로 13년째 타투이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인 작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국가, 정당한 세금 빨리 거둬 가길”

- 공대위에서 타투이스트의 일반직업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은 직업이 아니라는 뜻인가.
“전 세계 타투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한국 타투이스트들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높은 몸값을 받고 있다. ‘세계 타투의 중심이 서울’이라는 기사가 외국 웹진 같은 곳에 등장할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들은 전과자가 되고 있다. 2020년 현재 전 세계에서 타투가 불법이라고 하는 곳은 한국밖에 남아 있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타투가 법망 안에 들어와야 더 안전하게 타투를 받을 수 있다. ‘일반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기 힘든 상황이다. 타투 숍·스튜디오에 고용되더라도 숍·스튜디오 자체가 제대로 된 사업장이 아니다 보니 법적으로 증빙되는 노동자로 인정받기 힘들다. 이로 인해 사회보험 혜택에서도 밀려나게 됐다. 손목을 한번 다치면 나을 때까지 단 한 푼의 소득도 없이 지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거래 같은 것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일부 타투이스트들은 화가나 다른 직업으로 돌려서라도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기도 한다. 적어도 지회에 가입해서 일반직업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세금을 낸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국가는 (일반직업화를 이뤄) 정당한 세금을 빨리 거둬 가야 한다.”

- 의료계는 위생·감염 위험을 우려한다.
“피부에 상처를 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요식업에서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식업을 의료행위라고 하지는 않지 않나. 다른 산업들처럼 타투도 경계에 속해 있는 업종이다. 그리고 타투가 ‘미술이냐, 의료냐’라는 정의를 내릴 때 전 세계적 보편 시각으로는 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타투를 경험한 소비자는 1천300만명 정도다. 정부가 정말 소비자가 걱정됐다면 적어도 비의료인의 타투가 이뤄지고 있는 동안은 ‘어떤 방식은 안 된다’는 권고안이라도 냈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용문신이 너무 큰 이익산업이 돼서 의협이 ‘우리 이거 하고 싶어요’라는 이야기를 점잖게 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자면 병원에서도 미용문신을 할 때 의사들이 하지 않는다. 미용기술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한다. 의사들이 시술한다고 해도 의료 인증을 받은 타투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결국은 다 불법인 것이다.”

“역량 있는 단체들과 연대, 이번엔 성공할 것”

- 이전 국회에서도 일반직업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무산됐다.
“이번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출범한 공대위에는 의료·법률을 비롯해 각 영역에서 우리보다 더 힘 있고 역량 좋은 녹색병원·민변 노동위원회·문화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법안을 만들어서 입법 로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방식을 계획하고 있다. (입법 관련) 협상도 하겠지만 우리가 하는 여러 갈래 일의 하나일 뿐이고, 그것을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계획들은 전부 달성하는 방식으로 일반직업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타투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방송사가 타투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거나, 코리안 스타일 타투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회를 연다. 92년에 타투가 의료라고 말하는 말도 안 되는 판례가 나왔을 때 ‘그래, 꼴 보기 싫어’라는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의 행동·노력들을 통해 ‘타투는 의료행위일 수 없다’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겠다. 그것이 새로운 판례를 만들어 내고 관련 법안을 입법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정기훈 기자


- 그 밖에 공대위와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의사협회 주장처럼 국민의 건강·안전에 관한 사회적 염려가 있다면 그 부분도 우리 스스로 극복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녹색병원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위생·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타투가 불법인 유일한 나라여서 가장 늦게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됐지만, 이미 만들어진 것들을 비교·분석해서 시행착오를 줄이면 가장 합리적이고 완벽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투이스트 소양 교육이나, 세무 법률을 담당할 수 있는 타투 예술문화 교육센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 타투이스트들 중에는 젊은 층이 많다. 노조를 어색해하지 않나.
“지금 지회 조합원 75% 정도가 여성이고, 그중 80% 정도는 20대다. 제가 20대 초반이었을 때처럼 이 친구들도 노조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저 또한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노조를 보며 유년기를 보냈다. 성인이 돼서 디자이너가 되고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 노조를 알게 됐다. 반면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젊은 타투이스트들은 노조에 어떤 편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 활동 방식도 기존 노조와는 다를 것 같다.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노조니까 조금 다른 언어로, 요구할 때도 최대한 예쁘고 아름답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파업을 하더라도 예쁘고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작업자들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그림으로 무료 작업을 해 준다거나 하는 식이다.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한 이유가 확장성·유연함 때문인데 잘 선택한 것 같다. 우리가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려면 당장은 지회 조합원수도 중요하다. 지회는 코리안 스타일 타투이스트들만의 리그는 전혀 아니다. 특정 장르의 작업자를 위해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여기 들어가도 되나’ 하고 생각하는 분들은 빨리 가입해 주셨으면 좋겠다. 힘을 실어 줘야 우리가 힘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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