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드러난 소수자 권리침해·배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곤사회연대와 민변을 포함해 22개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인권대응네트워크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보고회’를 개최했다.

네트워크는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할 정도로 감염자의 상세한 개인정보가 공개된 일을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 이태원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재차 확산되자, 일부 언론은 확진자가 방문한 장소의 성격을 거론하며 확진자 정보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희우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질병관리본부에 (개인정보 수집에 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수집된 개인정보도 파기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정부는 과도하게 수집한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파기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 확진자 동선 대신 (확진자들이 방문한 시간과 장소를 한꺼번에 정리한) 데이터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시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특정 확진자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언론 책무를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브리핑 초기 수어를 제공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는 재난보도를 하며 수어통역사를 포함하지 않아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기도 했다. 권 활동가는 “언론사는 재난보도 준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데 매뉴얼부터 지켜지지 않았다”며 “물리적 거리 두기 등으로 발 묶인 시민들을 위해 통신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이번에 드러난 사회적 불평등이 코로나19 이전의 사회적 차별과 다르지 않지만, 재난은 소수자에게는 더욱 위험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인권 가치를 회복하고 드러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가 이날 발표한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에는 여성·노동자·장애인·성소수자처럼 코로나19 보호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한 제안이 담겼다. 네트워크는 추후 홈페이지(facebook.com/KRCOVID19)에 가이드라인을 공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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