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11일 인권위에 따르면 A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소득기준에 따라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긴급생활비 정책을 발표했다. B도는 같은달 소득과 나이에 상관없이 전 도민을 대상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발표했다. A시와 B도 모두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외국인 주민은 포함하지 않았다.

2009년 A시에 와서 12년째 거주 중인 외국국적 동포인 C씨를 포함한 진정인 7명은 4월 “지자체가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을 배제한 것은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했다.

A시는 “한정된 재원으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가구 구성과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외국인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등 일부 외국인을 포함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최소화했다”고 해명했다.

B도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상황에서 긴급하게 지급하기 위해 주민등록전산시스템에서 전체 현황 파악이 불가한 외국인을 부득이하게 제외했다”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난달 4일 조례 개정으로 결혼이민자와 영주권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주민으로 등록돼 있는 외국인 주민을 달리 대우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봤다. 헌법과 인종차별철폐 협약,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적절한 지원이 제공되지 않을 때 해당 지역 내 외국인 주민의 취약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지역사회 내 피해 회복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해당 지자체에 “재난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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